[김병기 ‘필향만리’] 敬鬼神而遠之(경귀신이원지)
2024. 2. 19. 00:29
한자문화권 전통문화에서 귀신(鬼神)은 대개 ‘귀(鬼)’와 ‘신(神)’으로 나누어 본다. ‘귀’는 주로 생명체가 죽은 후의 현상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고, ‘신’은 하늘에 본래 존재하거나 사람이 오랜 수련을 거쳐 도달할 수 있는 신이(神異)한 능력의 상태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제자 계로(季路)가 귀신 섬기기와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사람 섬기기를 못한다면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삶을 모른다면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논어』
「선진」
제11장)라고 답했다. 공자는 ‘지혜로움’에 대해 묻는 제자 번지(樊遲)에 대해서도 “사람의 도리를 힘써 지키고, 귀신을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면 가히 지혜롭다고 할 만하다”고 답했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면 신은 응당 그에 합당한 도움을 주므로, 신의 존재를 믿어 공경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아첨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게 공자의 생각인 것이다.
사람 도리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 사회가 어수선할수록 귀신을 앞세워 술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런 술수꾼들이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귀신을 공경하면서도 멀리 한다”고 한 공자의 말을 새겨들음으로써 사이비 술수에 속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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