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와 우려
저평가된 한국의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세부안)이 26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제라도 기업 가치를 되찾아 국부와 투자자의 자산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이런 인식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퍼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몇 가지 생각할 포인트가 있다. 먼저, 주식이라는 자산의 가격상승을 직접 조준하는 것보다 한국경제의 취약점 개선에 방점을 둔 구조적·우회적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주가 상승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상대가격을 변화시키고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정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과제를 이행한다’는 근본적 접근을 할 때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책 동력이 강화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의 지속성장을 목표로 하는 ESG 혹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실효성 문제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밸류업을 실시하면 일본처럼 주가수준이 뚜렷이 상승하리라는 것이 시장을 둘러싼 기대다. 일본은 장기적인 정책적 노력이 선행됐고 거시경제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엔저와 산업정책에 힘입어 기업실적이 개선됐고 임금이 오르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최근 3년간 2% 가까운 양호한 경제성장률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주가상승에 이러한 거시경제 환경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정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금융·유통·화학·지주사 등 이른바 ‘저PBR’(주가 대비 순자산가치 비율이 낮은) 전통산업 주가 상승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도 부담스럽다. 글로벌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발전추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논의가 시작된 1월 하순 이후 저PBR 주가가 오르고 IT와 반도체, 바이오 등 성장주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자산이 많지만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하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당장 수익은 많이 못 내고 있더라도 성장세가 기대되는 부문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양상은 한국경제의 고도화나 질적 성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정책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폭넓은 지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힘쓰는 가운데 일관되게 지속해서 정책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주가 상승을 위한 정책적 고려도 필요하다. 효과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국의 저평가된 주가 수준이 제자리를 찾아 나가기를 기대한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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