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쓴맛…‘5대 금융’ 1조 날렸다
미 오피스 공실 일파만파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12월, 미국 30개 호텔을 기반으로 만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자,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수익증권 가치는 이후에도 계속 하락해, 현재 평가액이 16억7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2개월 만에 손실률만 92.3%에 달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금융사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평가손실만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됐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이나 투자 형태로 집행한 금액은 20조3868억원(782건)이었다. 이 중 대출이 아니라 투자(수익증권·펀드 등) 형태로 해외 부동산에 집행한 자금은 10조4446억원에 달했다. 현재 이 투자금의 중간 평가액은 9조3444억원으로 원금보다 1조1002억원(-10.53%)이 줄어든 상태다.
배당금까지 고려한 수익률에서도 손실을 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배당금을 합산한 해외 부동산 내부수익률(IRR)을 산출할 수 있는 투자처는 5대 금융그룹 기준 총 514건이었다. 이 중 내부수익률이 현재 자산가치 기준 손실을 기록한 사례는 51건(9.9%)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회복할 줄 알았던, 해외 부동산 가치가 배당 수익 이상으로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자산 가치 상승보다 높은 배당금을 노리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배당금까지 합해도 투자원금을 건지지 못한다면 실패한 투자로 본다.
실제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500만원까지 떨어져 손실률만 94.02%에 달했다. 2018년 6월 하나손해보험과 농협생명보험은 이지스자산운용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타임스퀘어 건물에 각각 114억2242만원·57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는 투자금액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진이 계속하면, 투자금뿐 아니라 대출 형태로 빌려준 돈도 떼일 수 있다. 수익성 악화에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이들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면서 담보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현재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채권·신용공여·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자금은 약 9조9421억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CMBC)의 만기는 올해와 내년에 특히 집중돼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2023~2025년 내 만기가 도래했거나 도래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1조9000억 달러(2537조4500억원)로 관련 대출액의 51%에 달했다. 최근 미국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충당금 부담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50% 넘게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자 타격을 입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오피스 담보대출의 연체율이 2023년 말 5.8%에서 올해 말 8.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만기가 분산돼 있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손실 흡수 능력이 있어 크게 걱정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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