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국 기업부터? “미 정부, 인텔에 13조 보조금 준다”

박해리 2024. 2.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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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진 ‘반도체 보조금’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가 지난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반도체 증산 방안을 논의한 뒤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제안했던 보조금 지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며 투자 유치에 나섰던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보다 자국 기업인 인텔을 먼저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에 대출과 직접 보조금 등 100억 달러(약 13조3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제조를 미국 땅으로 다시 가져오게 하려는 계획에 따른 지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이 200억 달러(약 26조7100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 공장 건설이 보조금 지급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2주 만이다. 인텔은 오하이오 신공장을 비롯해 애리조나주 공장에 200억 달러(약 26조7100억원), 뉴멕시코 ‘팹9’에 35억 달러(약 4조6700억원) 등 435억 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해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논란이 커진 것은 미국 정부가 콕 찍어서 자국 기업부터 챙기는 모양새라서다. 지난 2022년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했다.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차준홍 기자

덕분에 인텔뿐 아니라 대만 TSMC, 삼성전자 등도 각각 400억 달러(약 53조원), 173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텍사스 등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TSMC, 삼성전자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투자를 요청할 만큼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유치 이후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현재까지 지지부진하다. 500곳이 넘는 업체가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2곳에만 보조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상무부와 인텔이 보조금 지원을 협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투자를 진행 중인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텔뿐 아니라 TSMC도 최근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을 이유로 애리조나 제2공장 생산을 1~2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이달 초 미국 출장에 나서며 보조금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규모나 지급 시기가 예상과 달라 최악의 상황에서는 과감한 결정까지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투자 유치할 때야 해외기업에 러브콜을 많이 보냈지만,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자국 기업에 혜택을 더 줄 것 같아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텔이 21일(현지시간) 개최하는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인텔이 주관하는 첫 번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행사인 데다 반도체 지원법을 이끄는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조 강연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인텔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안을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몬드 장관은 지난 5일 “앞으로 6~8주 안에 여러 가지 추가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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