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이 쏘아올린 기업 출산장려금…근로소득으로 간주, 분할과세 추진
정부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고액 출산지원금을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영그룹이 최근 자녀 1인당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으나, 세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하되 분할 과세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근로소득은 누진세 구조다.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6%(1400만원 이하) ▶15%(1400만~5000만원 이하) ▶24%(5000만~8800만원 이하) ▶35%(8800만~1억5000만원 이하) 등으로 세율이 적용된다. 출산지원금을 한 해에 다 합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해 과세할 경우 낮은 세율 구간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인 근로자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으면 35%에 해당하는 3500만원을 소득세로 내야 한다. 그런데 지원금을 5년에 걸쳐 분할 과세하면 연 소득은 7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000만원에 해당하는 출산지원금엔 35%가 아닌 24%의 세금이 붙는다.
회사 입장에서도 세부담을 덜 수 있다. 근로소득으로 지급할 경우 회사는 비용으로 처리(손금 산입)해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금액)을 줄인다. 법인세로 나가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분할 과세 방식 외에 월 20만원인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지원금에 한해 별도의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근로소득인 출산지원금의 세부담 경감 방안을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차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용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출산지원금으로 기업·근로자에게 추가적인 세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누진세로 인해 세부담이 추가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라는 풀이가 나온다. 과세체계 전체를 건드리지 않고, 과도한 세부담을 물리지 않으면서도 ‘제2·제3의 부영’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근로소득 대신 증여로 해석하면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 10%가 적용돼 세금은 1000만원으로 끝난다. 그러나 부영 한 회사의 사례만 갖고 세법을 개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영처럼 1억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주는 회사가 현실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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