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2 은1 동2+역대 최고 성적…그러나 '한국 수영 황금기'는 이제부터다

권동환 기자 2024. 2. 1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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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한국 수영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오는 19일 경영 마지막 날 남자 혼계영 400m 등 일부 종목 결승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은 이미 모든 경기를 마친 상황이다. 이제 귀국길에 올라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경영 대표팀이 입국한다.

이번 도하 대회는 한국 수영사에 기념비적인 대회가 될 전망이다. 세계선수권 관련 기록을 수두룩하게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2을 따냈다. 경영에서 '원투펀치' 황선우와 김우민이 각각 남자 자유형 200m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지난 2011년 상하이 대회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수영에 세계선수권 금메달 안긴 것은 물론, 역대 최초로 단일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기록하는 세계선수권으로 자취를 남겼다. 총메달 5개 역시 역대 단일 세계선수권 최대 메달이다.

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체전도 기념할 만하다. 남자 계영 800m에서 황선우와 김우민을 중심으로 이호준, 양재훈(결승), 이유연(예선)이 팀을 이뤄 중국에 이은 은메달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세계선수권 계영 메달을 한국 수영이 거머쥔 것은 개인전 금메달 못지 않은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경사가 적지 않았다. 다이빙에선 여자 3m 스프링보드 김수지가 3위에 올라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이자 다이빙 올림픽 종목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김수지는 한 살 후배 이재경과 팀을 이룬 혼성 3m 싱크로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수지 역시 여러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3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낼 땐 당시 박태환(금2 동1), 황선우(은1 동1)에 이어 한국 선수론 사상 3번째로 세계선수권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수지가 홈에서 열린 지난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거머쥔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성 3m 싱크로 동메달을 따면서는 박태환과 함께 한국 수영 선수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광도 안았다.

물론 김수지의 기록은 일주일 뒤 황선우에 의해 깨졌다. 황선우가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 남자 계영 800m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선수 세계선수권 최대 메달리스트(4개)가 됐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2022 부다페스트 대회(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 2023 후쿠오카 대회(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한국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을 따내는 위업도 함께 달성했다.

이렇게 각종 입상 기록만 챙겨도 적지 않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지만 한국 수영의 저력은 메달리스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틱 스위밍에선 이리영-허윤서 조가 테크니컬과 프리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10위를 차지,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으며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 올림픽 티켓을 가져다주는 쾌거를 달성했다.

경영에서는 이주호가 남자 배영 200m 결승에 올라 5위를 차지, 한국 수영사 첫 배영 결승 진출 선수가 됐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는 문수아가 여자 평영 200m에서 2022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준결승에 오르며 김서영 뒤를 이어 여자 수영 계보를 이을 재능임을 알린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와 남자 접영 50m에서 깜짝 금메달을 연거푸 따냈던 지유찬과 백인철이 각각 이번 대회 같은 종목에서 각각 12위와 7위에 올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알린 것도 의미가 깊다. 백인철은 결승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기세를 이어갔다.

한국 수영은 이제 가깝게는 5개월 뒤 파리 올림픽을 겨냥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역대급' 성적을 내고 금의환향하게 됐지만 파리 올림픽은 경쟁이 더욱 극심할 것으로 보여 대표팀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사실 이번 대회가 올림픽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열리다보니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대거 빠지거나 주종목이 아닌 종목에 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장 황선우가 우승한 남자 자유형 200m만 해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매튜 리처즈(영국)가 이번 대회에선 이 종목에 나서지 않았고, 은메달리스트 톰 딘(영국)은 불참했다. 2022 세계선수권 우승자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 역시 불참했으며, 황선우의 라이벌 판 잔러(중국)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예선에서 천천히 레이스를 펼쳐 예선탈락했다.

김민우가 우승한 남자 자유형 400m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세계 최강자 사무엘 쇼트(호주)가 불참했다. 남자 계영 800m에서도 영국과 미국이 에이스급 선수들을 절반 이상 뺐다. 수영 강국 호주는 아예 이 종목에 출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 수영의 이번 세계선수권 결과가 고무적인 이유는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기록 면에서 일취월장하는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황선우의 경우,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75를 기록, 이번 대회 모든 레이스에서 유일하게 1분44초대를 내고 우승했는데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테이퍼링을 하지 않았음에도 괜찮은 기록이었다는 평가다. 황선우는 고대했던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자신감 삼아 파리 올림픽에서 기필코 1분43분대를 이뤄내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펼쳐보였다.

황선우는 아울러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100m에서도 2년 7개월 전 도쿄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47초대를, 그 것도 두 번이나 이뤄내면서 100m에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

김우민은 몇 개월 사이 기량이 부쩍 상승한 케이스다. 테이퍼링을 하지 않았지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3분42초71을 찍었기 때문이다. 김우민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이젠 아시안게임 3관왕을 통한 '아시아 수영 황제'를 넘어 올림픽 메달 후보로 업그레이드됐다.

남자 계영 대표팀 역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아시아기록 7분01초73에 버금 가는 7분01초94를 찍으면서 두 대회 연속 7분01초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올림픽 메달이 보장되는 꿈의 기록 6분대 진입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나 한국 수영의 질주는 파리 올림픽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이제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인 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상승세를 보면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전성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점점 쌓여가는 국제대회 경험, 그리고 월드아쿠아틱스(옛 국제수영연맹) A기록에 들어도 메이저 대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경쟁 시스템 등은 한국 수영의 황금기가 1~2년 반짝하고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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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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