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인천만 생각하는 원클럽맨 김도혁의 꿈 "인천이 ACL 나갈 줄 누가 알았나, 이제는 우승"
[풋볼리스트=창원] 조효종 기자= 프로 11년 차, 선수 김도혁의 정체성은 인천유나이티드 원클럽맨이다.
김도혁은 2014년 K리그 데뷔 때부터 지금껏 군 복무(아산무궁화)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인천에서만 뛰었다. 인천이 매년 힘들게 강등권 싸움을 벌이며 '생존왕'으로 불렸을 때부터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에 나설 때까지 변함없이 팀을 지키면서 인천의 도약 과정을 모두 함께한 산증인이 됐다.
원클럽맨의 전형 같은 선수다.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인터뷰 중 "진짜 멋있는 팀이다. 이런 팀이 또 있을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본인보다 팀을 우선시하게 됐다. 예전에는 한 경기라도 더 나서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기록보다 팀의 성적을 먼저 생각한다. 나아가 팀의 미래까지 고민한다.
충성심을 보이는 만큼 뒤따라오는 것도 많다. 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록도 세우고 있다. 다만 무엇 하나 당연시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함에 취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2024시즌을 앞두고 부주장직을 맡으며 다시 주장단에 합류한 김도혁을 전지훈련지에서 만났다. 인터뷰에서도 원클럽맨 정체성이 뿜어져 나왔다. 어떤 질문을 하든, 김도혁의 답변은 인천, 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처음 출전했다. 경험해 보니 느껴지는 것, 보이는 것이 있을 텐데
우선 매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또 다른 리그들과 비교해 보게 되더라. 우리가 더 발전해야 할 점들이 보였다. 예를 들면 시설, 인프라. 인천도 많이 좋아졌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 선수로서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 인천에 오는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갖춰지면 K리그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 그런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 축구 행정을 말하는 건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진로가 있는지
아직 명확한 계획은 없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가지를 접해보고 있다. 시즌 끝나면 항상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도 직접 많은 걸 보고 싶어서다. 인천이 전달수 대표님과 임중용 실장님 체제에서 개선된 점이 많다. 자연스럽게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두 분처럼 팀과 리그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구단이나 K리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 행정 일을 할 수도 있고 사업으로 성공해서 직접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지도자의 길도 있고. 지금 시점에서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자면 K리그, 인천이 발전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프로 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이적을 택할 수도 있다. 다른 구단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나
해외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국내에선 없다. 물론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내가 있고 싶다고 계속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앞으로도 인천에 있고 싶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한 팀에서만 뛰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 반대로 한 구단에서만 오래 뛰어서 얻는 것들도 있을 것 같다
일단 팬분들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잘해야 팬들이 지지해 주신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못하면 혼도 나야 한다. 또 하나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익숙함이다. 매 시즌 시작할 때 최대한 떨쳐내려고 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긴 하다. 그것 때문에 힘든 시즌도 많다. 그래서 작년에는 아예 '초심'을 키워드로 정했다. 휴가를 받으면 어렸을 때 다녔던 초등학교, 꿈을 키웠던 공간을 찾아갔다. 신인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내가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 가졌던 것과 같은 마음에 공감하면서, 내가 몰랐던, 잊었던 긴장과 설렘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 팀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시즌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이 갖고 있던 구단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했다
임중용 실장님은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다. 기록을 달성한 것보다 실장님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는 게 더 좋았다. 경기 숫자를 세면서 뛰진 않았다. 지금도 몇 경기 뛰었는지 모른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고만 생각한다. 물론 경기를 많이 뛰는 게 좋지만, 내가 몇 경기를 뛰느냐보다 우리가 ACL에 나설 수 있는 3위에 오르거나 FA컵 우승을 하는 것에 더 신경 쓴다. 특히 아직 이루지 못한 FA컵 우승을 하고 싶다. 계속 생각하고 말로 뱉어야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인천이 ACL에 나갈 줄은 누가 알았겠나. 또 이제는 우리 팀이 K리그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힘들 수 있어도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다 보면 우승하는 날도 올 것이다.
- 개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지만, 더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
통산 20골, 20도움이다. 은퇴하기 전 인천에서 이루고 싶다. (도움은 이미 넘었으니 골만 더 넣으면 된다. 리그 통산으로는 5골, K리그1 기준으로는 6골이 부족하다) 맞다. 골을 더 넣고 싶다. 골 넣는 걸 부모님도 참 좋아하신다. 내가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하면, 아버지는 '골 넣는 게 장땡'이라며 아쉬워하실 정도다. 당연히 팀이 골을 기록하는 게 우선이니까, 더 좋은 기회가 있는 동료가 있으면 여전히 패스를 선택하겠지만 그래도 골을 조금 더 넣고 싶긴 하다. 항상 시즌 전에 5골을 넣겠다고 했는데 안 되더라. 아예 목표를 올려야겠다. 7골 7도움을 하겠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이루지 못해도 가까이 가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시즌 책임감이 조금 더 커졌다. 주장 이명주를 도울 부주장을 맡게 됐다
명주 형이 주장을 하게 되면서 '너 부주장해라'라고 했다. 거의 반강제였다. 내가 부주장하면 주장하겠다더라(웃음). 나는 명주 형이 인천에 와준 것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늘 잘 됐으면 하는, 좋아하는 형이다. 잘 보좌하고 있다. 항상 옆에 있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간다. 명주 형도 나를 많이 도와준다. 같이 축구하는 게 너무 좋다.
- 김도혁, 이명주, 신진호, 문지환 등 인천에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다. 올 시즌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데
나는 내 소속팀 인천이 좋은 순위에 오르고 K리그에서 인정받는 걸 목표로 한다. 내 꿈은 늘 인천에서 ACL에 나가고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거였다. 나아가 리그 우승도 해보고 싶다. 팀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이걸 이루려면 경쟁만 생각할 순 없다. 강팀이라면, 누가 나가든 잘하는 건 당연하고 상대에 맞춰서 조합을 짤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지금 우리 팀엔 좋은 미드필더가 많고 성향이 다 다르다. 경쟁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다른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점이 달라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든 부딪쳐서 경쟁에서 이기고 싶었다. 다른 선수가 못해야 내가 뛸 수 있다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몸이 조금 안 좋을 때, 예전에는 어떻게든 참고 뛰려고 했다.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잘해줄 거라 믿는다. 나 대신 나간 선수가 잘하면 '나도 잘해야겠다' 동기부여를 얻는다.
- 새 시즌을 앞두고 반가운 얼굴도 돌아왔다. 요니치가 8년 만에 복귀했다. 과거 요니치와 함께 뛰었던, 몇 안 되는 선수인데
나랑 (송)시우 정도만 남아있다. 요니치와 같이 뛸 당시 팀이 정말 끈끈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 팀이 큰돈을 쓰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수단에 절실하고 간절한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도 팀 분위기가 정말 좋지만, 그때 '이런 게 팀이구나'라는 걸 배웠다. 추억이 너무 좋게 남아있어서 요니치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 우리 팀에 정말 낭만이 있는 것 같다. 진짜 멋있는 팀이다. 이런 팀이 또 있을까? 내가 좋은 팀에 있다고 느낀다. 내가 기억하는 요니치는 정말 잘하는 선수였다. 팬분들께서 기억하시는 모습도 있을 거다. 개막전부터 그 모습이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공에 대한 집념이 있는 선수다. 미드필더인 나도 요니치를 보고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같은 수비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이 요니치와 함께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시즌 K리그1 베스트11 후보에 올라 처음으로 시상식에 참가했다. ACL처럼 가보고 느낀 게 있을 것 같다
우승하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그때 보니 울산(HD) 선수들이 많이 왔더라. 울산 선수들의 파티 같았다. 정말 보기 좋았고 부럽기도 했다. 인천 선수들도 축제의 장에 많이 와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러려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주 형을 비롯해서 우리 팀에도 상을 받을 만한 선수들이 많다. 조성환 감독님도 감독상을 아직 못 받으신 걸로 알고 있다. 큰 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나도 상을 받고 부모님, 가족들 언급하면서 멋있는 수상 소감도 이야기해보고 싶다(웃음).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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