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꼰대들이 새겨야 할 졸업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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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이효리의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그의 축사로 들어가 보자.
"여러분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며,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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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이효리의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그의 축사로 들어가 보자.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라 한다. “여러분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며,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축사이다.
다음 말이 압권이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멋진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십시오.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가 이 세상에는 존재하니까요.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십시오.” 사람의 나약한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말라는 말씀. 뜨끔하다. 나는 먹잇감인가,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무리인가, 한참을 곱씹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인생은 독고다이다’ 생각하면서 쭉 가시면 됩니다... 저는 말에는 그렇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입니다.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고 많이 체득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 보세요.”라면서 자신의 히트곡 ‘치티치티 뱅뱅’을 시원하게 불러 젖힌 뒤 쿨하게 퇴장했다. 본인의 삶처럼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말이 아닌 몸으로 체득한 자신만의 힘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으로.
몇 년 전, 총동창회장 자격으로 모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다. 대충 참나무와 소나무의 생존 방식을 비교하면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기에 내가 뜻을 이루고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대로 사람들은 자기를 돕겠다는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은 환영을 받고 사람들의 마음과 협력을 얻게 된다. 이타적인 사람이 인기가 많고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타심이야말로 인생을 승리로 이끄는 진정한 지혜이다.’라는 취지로 엄숙하게 훈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꼰대질도 이런 꼰대질이 없다.
19세기 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윌든:숲속의 생활’에서 이렇게 일갈한 바 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젊은이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명한 사람이라면 살아가는 과정에 뭔가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겠느냐고,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노인들이 젊은이에게 줄 만한 조언이란 거의 없다. 그들의 경험은 너무 불완전하고, 인생마저도 참담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고, 우리가 과거에 알았던 것들은 상당 부분 이미 그 가치가 없어졌다. 소로의 말대로, 선생은 나이로 따지는 게 아니다. 사실 몸소 부딪히고 다치며 체득한 어떤 것들이 있다면 굳이 선생도 필요 없다. 자신이 바로 자기의 선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득을 멈춘 이 시대 기득권 꼰대들이 젊은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거의 없다. 생각해 보면, 가수 이효리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꼰대들보다 훨씬 멋지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꼰대 ‘무리’만 모를 뿐.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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