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에 ‘사이다’ 여성 서사 버무려진 ‘밤에 피는 꽃’… ‘옷소매’ 뛰어넘었다

정진영 2024. 2. 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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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정인. 이제 그런 소리는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 나리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다른 사람 말고 제 걱정 먼저 하라고. 저도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시청자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선사하며 17일 종영했다.

퓨전 사극이지만 '밤에 피는 꽃'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아동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억압, 궁중 암투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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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수절과부 조여화를 연기한 이하늬. 사람엔터테인먼트, MBC '밤에 피는 꽃' 제공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정인. 이제 그런 소리는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 나리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다른 사람 말고 제 걱정 먼저 하라고. 저도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시청자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선사하며 17일 종영했다. 혼인 첫날 남편이 죽어 15년을 수절과부로 산 여화(이하늬)가 밤마다 복면을 쓰고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도와준다는 허구를 가미한 퓨전 사극인 ‘밤에 피는 꽃’은 억압받던 여인들에겐 자유를, 사리사욕 때문에 악행을 일삼는 이들에겐 벌을 주며 통쾌함을 안겼다.

퓨전 사극이지만 ‘밤에 피는 꽃’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아동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억압, 궁중 암투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하지만 여기에 코믹 요소와 ‘사이다’ 전개를 더하며 이야기를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나갔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수절과부 조여화를 연기한 이하늬. 사람엔터테인먼트, MBC '밤에 피는 꽃' 제공


‘밤에 피는 꽃’은 앞서 큰 성공을 거뒀던 ‘옷소매 붉은 끝동’ ‘연인’과 달리 코믹과 액션을 내세운 퓨전 사극이었다. 퓨전 사극은 역사적 사실 고증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대신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되거나 코믹 연기가 조금만 과해져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인데, 이 드라마는 이하늬를 중심으로 모든 주·조연 출연자가 적정선을 잘 유지하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억압받는 여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현실을 깨나가는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둔 것도 카타르시스를 키운 요소였다. 여인이 욕망을 가져선 안 되는 갑갑한 현실 속에서도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 나간 것이다. 여화는 15년 과부 생활을 청산하고 복면으로의 삶을 자유로이 살아가고, 연선(박세현)은 화연상단의 일부 권한을 가지게 된 뒤 윤학(이기우)과 사랑을 싹틔웠다. 과부 백씨 부인(최유화)도 마음을 나눈 머슴 용덕(이강민)과 도망가며 사랑을 이뤘다. 드라마 속 남성들은 악인을 제외하곤 모두 이 여성들의 소망과 인생을 응원한다. 홀로 갈 길을 가겠다는 여화를 막지 않았던 수호(이종원)의 모습도 전형적인 남자주인공과는 달랐다.

이런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밤에 피는 꽃’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종영 회차에서 전국 시청률 기준 18.4%를 기록했다. 이로써 ‘옷소매 붉은 끝동’이 세웠던 17.4%의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MBC 금토드라마 1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의 후속작으로는 김남주, 차은우 주연의 ‘원더풀 월드’가 다음 달 1일 첫 방송 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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