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바람 뜨거운 3월 주총..투자자 칼 갈고, 기업은 방패 준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칼’(행동주의 펀드)과 ‘방패’(기업들의 주주환원)가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다. 기업들은 창사 이래 첫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앞다퉈 나서고 주주환원 논의는 역대급으로 많아졌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오는 26일로 임박한 가운데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 열풍과 주주가치 증대 기대가 시장을 달구고 있다.
‘첫’ 배당, 자사주정책 봇물
“지난해 역대급 주주환원 논의, 올해 더 많다”
이처럼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과 3월 주총을 앞두고 거세지는 행동주의 펀드 공세 영향이 크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명분이 생겼고, 저PBR주를 대거 담고 있어 펀드 성과도 좋아 기세가 거세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는 지난 16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에게 지분을 위임했다. 올해는 경영권 분쟁 대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선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을 선제적으로 수용한 기업도 있다. 삼양패키징은 최근 현금배당(보통주 1주당 500원 현금배당)에 이어 7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금 배당을 잘하는 기업이지만, 주가 부양에 보다 효과가 큰 자사주 매입‧소각을 배당 대신 권했는데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행주 7곳),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KT&G) 등이 주주 행동에 나선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주주환원 언급 건수는 167건으로, 이미 지난해 2월 전체(193건)의 86.5%에 달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주주환원 논의가 역대 급으로 활발했는데, 올해는 더 활발하다. 현재 속도라면 300건 이상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펀드 긍정 영향, ‘단기이익 추구’는 경계
전문가들은 기업과 행동주의펀드의 힘 겨루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정부 정책만으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기업들이 주주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하고, 주주들도 스스로 권리 찾기 위해 힘을 써야 하는데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주장과 행동이 촉매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 각각의 요구가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기 주가 상승만 노린 주주 제안이 많아질 경우 기업 경쟁력은 훼손은 물론, 주주 행동 역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시장에서는 최근 삼성물산에 대한 펀드사들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올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자사주 5000억원 어치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는 요구다. 삼성물산 측은 “이미 올해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밝혔다. 펀드들의 요구는 경영상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한 펀드 매니저는 “본업의 잉여현금흐름을 고려해 일정 부분을 기업가치 올라갈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게 밸류업”이라며 ”장기적인 주주환원책 요구가 아닌, 지금 당장 배당을 하라는 건 단기 이익 추구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가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지는 투자자들이 정확히 평가해야 행동주의와 밸류업 분위기가 건전한 방향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도 “대상 기업들의 영업환경, 향후 투자계획, 잉여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주주환원율을 제안하는 등 회사 경영진과 주주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건설적인 행동주의 제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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