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형제"…쿠바에 배신당한 北김정은, 푸틴과 더 밀착
한국·쿠바 간 수교 소식에 여전히 침묵 중인 북한이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러시아와의 교류를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전통 형제국’의 배신을 새로운 뒷배인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만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의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주관하는 국제 회의 참석 차 방러한 김수길 노동당 북한 노동당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의 일정을 비중있게 전했다. 김수길은 노동당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했다.
통합러시아당 대표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위원장이 김수길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원수님께서 조선노동당 대표단을 보내주신 데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연방 대통령과 자신의 가장 충심으로 되는 인사를 전해드릴 것을 부탁”했다면서다. 북한은 김수길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따뜻한 인사”를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메드베테프에게 정중히 전달했다고도 했다.
통합러시아당이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한 이번 회의는 북한 등 러시아의 우방국 55개국을 모은 회의체다. 러시아 측은 이를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다자간 협의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수길은 공개 연설에선 러시아를 ‘형제’로 부르기도 했다. “미국과 서방 집단의 패권주의에 맞서 영웅적 싸움에 떨쳐 나선 형제적 러시아 인민과 장병들에게 전적인 지지 성원을 보낸다”면서다. 김수길은 “우리는 앞으로도 반제자주를 제1국책으로 틀어쥐고 미국의 오만한 자주권 침해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의 다극화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고도 했다.
북·러는 우호적 관계를 이어오긴 했지만, 최근 들어 양국 관계를 형제로 지칭하며 한층 밀착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평양에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을 이례적으로 “형제”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 시대 러시아에 대해 ‘사회주의 모국’ 등으로 묘사한 적은 있지만 북·러가 형제 사이란 표현은 관용적으로 쓰지 않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형제” 쿠바 광명성절 메시지에도 ‘침묵’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 14일 한국과 깜짝 수교를 발표한 쿠바에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7일)을 맞아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겸 쿠바 공산당 제1서기가 17일 X(옛 트위터)에 관련 성명을 올린 것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김정일의 사진을 올리고 “북한 당과 정부, 고귀한 인민들에게 애정 어린 인사와 함께 그의 유산을 기억한다”며 “쿠바는 쿠바와 북한과의 우정, 연대, 형제애의 역사적 관계를 재확인한다”고 적었다.
"우크라에 北미사일 최소 24발"
이와 관련,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은 17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북·러 간 협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이전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행위이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핵이나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재래식 무기나 이중 용도 품목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EU는 북한 국방성이나 미사일총국 관계자들을 EU의 대북 제재 명단에 새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핵무기 운용을 총괄하는 앤서니 코튼 미 전략사령관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15일 미 국방대 계간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중국, 러시아에 이어 북한을 꼽았다.
코튼 사령관은 “북한은 중·러 만큼의 능력은 없어도,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러·북 간 군사 파트너십이 확대되고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일·한·미에 공격적 수사와 행동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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