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캐’도 가능한 김희애의 ‘데드맨’ [D:인터뷰]

장수정 2024. 2. 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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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미지가 전혀 안 보이는, 그런 역할도 하고파…깨는 것에 겁 안 먹는다.”

볼륨감 넘치는 헤어스타일에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 컬러렌즈까지 장착한 배우 김희애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정치인들을 압도했다. 기존의 우아한 이미지를 부각하되, 강렬함을 덧입혀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완성한 것이다. 영화 ‘데드맨’이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정치, 경제 문제로 확장시키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 김희애다.

김희애는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 분)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데드맨’에서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를 연기했다.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로 정치인들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다.

ⓒ팔레트픽쳐스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도 새롭지만, 정치, 경제 문제와 얽힌 거대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부패한 거대 권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긴장감과 분노를 동시에 유발하는 것이다. 김희애는 자신의 캐릭터보다 ‘데드맨’의 메시지와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 먼저 만족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었다. 물론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처음 접했는데, 이야기가 재밌었다. 감독님이 5년 동안 고생을 하면서 취재를 하셨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위험한 적도 있었다고 하시더라. 바지사장이라고 우리가 쉽게 말하곤 하는데, (현실을 담느라) 애를 많이 쓰셨다.”

심 여사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쉽게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범죄물의 특성상, 심 여사가 어떤 인물인지가 상세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것이다. 심 여사가 어떻게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가 됐는지, 또 그의 속내는 어떤지 등 김희애 또한 심 여사의 속내를 궁금해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궁금함이 있었다. ‘그래서 심 여사는 이만재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아니야’ 이런 질문을 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재밌었다. 심 여사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나중에 이만재를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는. 연기를 할 때는 항상 그 장면에 충실하게 연기를 하자는 마음이었다. 인간이 그렇지 않나. 애매하다고 말하기보단 그게 인간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대신 심 여사의 외면은 ‘확실하게’ 표현했다. 정치판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인물인 만큼 비주얼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첫 등장부터 존재감을 뽐내며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희애의 과감한 스타일링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데드맨 스틸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라고 생각해 기대가 됐다. 분장팀에서도 의욕적으로 말을 해주셨다. 계획이 많으시더라. 저는 ‘잘 됐다, 신난다’고 생각했다. 첫 등장에서 이만재는 빨간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뭘 입어야 할까 고민했다. 후보 중엔 블랙도 있었고, 블루도 있었다. 지옥에 있는 남자를 구원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흰색 옷을 입었다. 날개 같은 느낌의 옷이었다. 서로 의논을 해가면서 작업을 했다.”

지금과는 또 다른,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앞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에서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는 황도희로 색다른 얼굴을 보여준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기를 길게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 이미지가 전혀 안 보이는, 그런 걸 떠올려주셨으면 한다. 아니면 제 이미지를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숙제라거나, 깨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윤희에게’처럼, (내가 가진 것을) 깨는 것에 겁을 먹지 않는다. 멋진 작품이 있다면 도망가지 않고 피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커리어가 이어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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