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경제와 의식이 성장 속도를 맞출 때

베이징=김현정 2024. 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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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지낸 지 1년 6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놀랄 거리가 적지 않다. 전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편리하고 빠른 결제 시스템, 세계를 점령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과 콘텐츠, 대륙 곳곳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기술의 발전 속도는 외국인 입장에선 어질어질할 정도. 2020년 이후 제로코로나 정책과 감염 공포로 외국인들이 발을 들이지 못한 지난 3년 동안에도, 중국은 멈추지 않고 많은 분야의 기술을 전진시켰다.

하지만 정반대의 의미에서도 여전히 놀라움을 감추기 힘든 곳이 중국이다. 특히 '민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대체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체감할 때 더욱 그렇다.

가장 의아한 것 중 하나는 '소음'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춘제 기간 자정을 넘어서까지 터지는 폭죽과 불꽃놀이 소음은 (유구한 문화·관습의 역사가 얽혀있으니) 차치하더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이어폰 없이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은 익숙해지기 힘들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최근 탑승한 베이징-칭다오 구간 고속철에서는 바로 옆 승객이 거의 최고치의 음량으로 숏츠를 즐기는 까닭에, 그것을 3시간여 동안 강제로 함께 청취해야 했다.

영상이 넘어가며 갑작스레 음량이 커질 때마다 다른 승객들도 돌아보며 소음의 출처를 살폈지만, 누구도 그를 제지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행동을 지양한다는 국제 매너와 동떨어진 것임엔 틀림이 없다. 관리 책임자인 승무원도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친다. 틱톡(더우인)의 월 사용자(MAU)가 10억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숏폼앱의 종주국답게 관련 매너 캠페인을 전개해보는 건 어떨지.

또 하나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반려동물 배설물 처리에 대한 에티켓이다. 기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소재 아파트단지는 꽤 대규모이고, 중앙에 공원이 조성돼 있어 많은 거주민이 반려견을 산책시킨다. 일부 견주는 뒤처리를 하지만, 적잖은 견주가 산책로 중앙에 놓인 따끈한 반려견의 흔적을 그대로 두고 무심히 떠난다. 이를 밟아 이어진 수십 개의 발자취가 자주 눈에 띄지만, 한국에서처럼 이 문제로 현장에서 견주가 지적을 받는 장면은 목격한 바 없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애완견 수는 5175만마리. 본격적인 에티켓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임엔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흡연'이다. 중국은 아직도 상당수 식당에서 실내 흡연이 가능하다. 도시와 농촌 구분이 없다. 어린아이가 많아도, 벽면에 '금연' 안내가 붙어있어도, 흡연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고속철 플랫폼에서도, 택시에서도, 호텔 엘리베이터에서도, 화재 위험이 있는 공원이나 유명 관광지 내에서도 그렇다. 비흡연자들도 이 문제에 관대하고, 관리자들 역시 제지할 의지가 없다.

간접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상식이지만, 이에 대한 구속력 있는 규제는 어찌 된 일인지 미뤄지고 있다. 추측하건대 '흡연은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아직 이곳에서 통용되는 합의점인 듯하다. 10여년 전 중국 정부가 금연 정책을 강력히 펼치며 실내 흡연을 금지하고 나선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많지만, 중국은 분명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둬왔다. 2002년 1150달러(약 153만원)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1만2740달러까지 뛰었다.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백만장자 수는 한국(125만4000명)의 5배에 육박하는 623만1000명에 달해 세계 2위(1위는 미국, 2271만명)에 올랐다. 중국은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통해 사회적 성숙도와 에티켓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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