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일왕 생일행사…기미가요 연주에 기모노도 입었다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최근 서울서 열린 나루히토(德仁) 일왕 생일 기념행사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가 2년 연속 연주됐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내외 인사 약 4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나루히토 일왕 생일(2월 23일)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기미가요를 연주한 것이다.
산케이신문의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 구로다 가쓰히로는 '재한 일본대사관의 영단(英斷)?'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기미가요는 외교 의례로서 당연하게 올해도 (기념행사) 처음에 엄숙하게 흘렀다"고 전했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그동안 이 행사에서 기미가요를 연주하지 않은 데 대해 "참석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왔지만, 과도한 면도 있었다"며 "대사관 주최 행사에 국가 연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한일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이번에 당연한 모습으로 하자고 해서 한국 국가와 함께 기미가요를 틀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미가요는 메이지(明治·1868∼1912)시대부터 국가로 사용되었으며, 태평양전쟁 후 폐지됐다가 군국주의 논란과 진보 세력·오키나와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9년 국가로 법제화됐다. 기미가요를 반대하는 이들은 가사 중 '임의 치세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의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는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행사에선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난 지역인 후쿠시마산 '니혼슈'(日本酒·청주)를 포함해 일본 각지의 유명 술도 제공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때도 후쿠시마산 니혼슈를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 참석자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채 행사에 참여했다. 이중 남성이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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