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 속에서 귀중한 경험 쌓는 ‘2023년 신인왕’ 김민별
김민별(20)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역대 가장 치열했던 신인왕 레이스를 펼쳤다. 데뷔 동기 황유민(21), 방신실(20)과 함께 전반기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였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인왕 구도에서 유리한 쪽은 황유민과 방신실로 보였다. 황유민은 7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앞서 방신실은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정상을 밟아 많은 포인트를 쌓았다. 반면 김민별은 후반기 종착지가 보이도록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최고 루키 싸움의 최종 승자는 김민별이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톱10에만 12차례 들면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은 덕분이었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한 김민별은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통해 올 시즌 첫 번째 실전을 치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민별은 “전지훈련 성과를 중간 점검하고 싶어서 이곳까지 왔다.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큰 대회 경험을 쌓고 싶어서 출전을 택했다”고 했다.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아닌 LET 대회다. 그러나 총상금이 웬만한 메이저대회 수준인 500만달러(약 67억원)라 수준급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이번 대회에도 렉시 톰슨과 조지아 홀, 카를로타 시간다, 아리야 주타누간, 사소 유카 등이 출전했다.
선수들은 대회 1라운드에서 거센 모래폭풍과 싸워야 했다. 개막 전까지는 바람이 거칠지 않았지만, 1라운드가 열린 15일에는 이른 오전부터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래폭풍이 들이닥쳤다. 한때는 사람이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풍속이 세져 경기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민별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바람이었다. 한국에서도 태풍을 만나보기는 했지만, 모래가 함께 날아오는 바람은 처음이라 경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공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더라. 만약 스피드가 빠른 한국 그린이었다면 공이 앞이나 뒤로 흘렀을 것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1라운드에선 정상적인 샷보다는 컨트롤 샷이 필요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바람을 태우는 샷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전지훈련에서 연습을 많이 한 부분이라 좋은 실전 적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프로 데뷔 2년차인 김민별에게 이번 대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되고 있다. 생전 처음 맞닥뜨리는 낯선 환경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대회만의 독특함 모두 한국에선 느껴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라운드까지 1오버파 공동 36위를 기록한 김민별은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틀어놓는 대회장은 처음이다. PIF 대회만의 특징이라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적응하고 있다”고 웃었다.
김민별은 최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는 다시 팜스프링스로 돌아간 뒤 나머지 훈련을 하고, 3월 7일 개막하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을 통해 KLPGA 투어 일정을 시작한다. 김민별은 “이번 대회는 첫 번째 실전인 만큼 전지훈련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여기에서 좋은 기운을 얻어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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