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최후통첩 "군대 가면 더 잘 돼? 꼼꼼하게 알아봐라"

임병도 2024. 2. 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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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 인턴·전공의들 사직서 내면 곧바로 군대... 문재인정부 때와는 분위기 다르단 말도

[임병도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16
ⓒ 연합뉴스
   
"의사 커뮤니티에서 군대를 가면 더 잘 됐다, 왜냐하면 18개월짜리 사병을 가면 되겠네, 이런 반응들이 있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잘 알아보시라고 제가 그랬지 않습니까? 꼼꼼하게 알아보셔야 됩니다."

7개 병원 154명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날인 1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한 말입니다. 

박 차관의 발언은 현재 군대를 가지 않은 인턴과 전공의들에게는 최후의 통첩과도 같습니다. 그 이유는 사직서를 내면 곧바로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필 인턴·전공의들, 무조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군복무 해야 

의사들은 인턴을 거쳐 레지전트라는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쳐야 전문의가 됩니다. 그래서 전공의 수련을 할 수 있도록 33세까지 병역의무를 연기해주고 있습니다. 대신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인턴을 지원할 때 '의무사관후보생 전공의 수련 서약서'에 반강제적으로 서명을 해야 합니다. 
 
 의무사관후보생 병역이행 안내문
ⓒ 병무청 자료
 
의무사관후보생 병역이행 안내문을 보면 ▲병무청장 허가 없이 수련기관 또는 전공과목을 변경한 경우 ▲수련기관에서 퇴직한 경우 ▲인턴 수련 후 레지던트 과정에 미 승급한 경우에는 가까운 입영일자에 입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인턴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레지던트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경우, 무조건 의무사관(군의관)으로 가야 합니다. 레지던트(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해 수련기관(병원)에서 퇴직 처리를 하면 곧바로 입영해야 합니다.

군대를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의무장교의 복무기간은 38개월(복무기간 36개월+기초군사훈련 2개월)입니다.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이니 두 배가 넘습니다. 그래서 요즘 의대생들은 의무사관후보생보다는 현역병으로 군 입대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되면 무조건 38개월을 복무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의로 의무사관후보생 포기도, 공보의 지원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미필 전공의들이 강제 입영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의무사관으로 38개월을 복무한 뒤 레지던트(전공의)를 신청해 다시 근무하면 동기나 후배가 선배 연차가 되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의사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공의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전공의 3~4년을 모두 마치고 입대합니다. 

실제로 의사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러다가 진짜 군대 끌려갈 것 같다", "4년 뒤면 서른 살이 넘는데, 후배들 밑에서 끔찍하다", "공중보건의 지금도 지원 가능할까" 등의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윤석열정부, 2020년 문재인정부와는 다르다 
 
▲ 거리에 선 의사들 서울특별시의사회 주최로 15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의료계 대표자들과 전공의, 의대생, 개원의, 의대 교수 등이 "의대정원 졸속확대는 의사 말살이자 의사가 장기간에 걸쳐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려는 잘못된 정책 추진"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이정민
2020년에도 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문재인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적이 있습니다. 무기한 집단 휴진과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의사국가고시 기간이 연장되는 등 구제책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0년과 다르다'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내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파업을 끝낸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언론사, 대형 학원 등 분야를 망라하고 정부에 반하거나 방향이 다를 경우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세무조사 등을 벌였습니다. 

이런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파업이나 휴학, 사직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관련기사:부글부글 의료계 "문재인 정부는 듣는 척이라도... 뒤통수 맞았다").
 
"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문재인 정부는 강경한 목소리에 대해 듣는 척은 했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반발이 심하니까 나중에 논의해야겠다'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일말의 타협 여지가 없다는 것을 너무 강경하게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19 사태라는 긴박한 상황이라 의사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해준 분위기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후 구제는 없다'며 강경 모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대생들 20일 동맹 휴학, 전공의들 19일 사직서 제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 연합뉴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6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20일을 시작으로 40개 의과대학생들의 동맹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5대 병원 전공의들이 2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후 2월 20일 화요일 0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의 윤석열 정부 기조를 보면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과 전공의들에게 의무사관후보생 입영 통지서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군대에 갈지, 2020년과 다르게 정부의 말에 따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의사와 정부 양쪽 모두 평행선만 그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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