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단감, 장어-복숭아는 상극이라는데, 팩트체크 해보니...

이슬비 기자 2024. 2.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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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섭취하면 해로운 '음식 궁합'에 대한 정보를 우리는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몸에 해롭다는 대다수의 음식 궁합 정보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상한 게와 단감을 동시에 먹은 사람들이 식중독 증상을 오인해 '두 식품이 상극이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하나연 교수는 "음식 궁합을 따지기보단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미리 파악하고, 식품 위생 및 식습관 개선에 신경 쓰는 것이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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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와 단감은 예부터 상극으로 유명하지만, 상한 게를 감과 우연히 동시에 먹어 생긴 낭설일 가능성이 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같이 섭취하면 해로운 ‘음식 궁합’에 대한 정보를 우리는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몸에 해롭다는 대다수의 음식 궁합 정보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음식 궁합을 둘러싼 오해들을 풀어본다.

게와 단감은 서로에게 상극인 음식으로 유명하다. 과거 명나라 본초학자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감과 게를 함께 먹으면 사람에게 복통을 일으키고 설사를 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조선의 왕 경종이 죽기 며칠 전 게장과 감을 함께 먹고 탈이 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과거 문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단순한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게와 감은 같은 제철 음식이다. 상한 게와 단감을 동시에 먹은 사람들이 식중독 증상을 오인해 ‘두 식품이 상극이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하나연 교수는 "게와 단감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게는 지금도 식중독 위험성이 높은 식품으로 분류돼 있어, 당시 상한 게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간장게장은 상해도 맛과 외관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부패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과거에는 유통·냉장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게장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기가 더욱 쉬웠다. 경종 또한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먹은 상한 게장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장어와 상관없이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면 설사한다는 주장도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궁합의 요지는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어의 지방 흡수를 방해해 장에 자극을 주고 배탈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있으나, 실제 문제로 이어지긴 어렵다. 복숭아 속 유기산 함량이 다른 과일보다 유별나게 많은 것이 아닌 데다, 장어의 지방 함량도 육류와 비교했을 땐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하지만 복숭아 등 과일과 장어·육류 등을 함께 먹었을 때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와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유기산은 체내에 쉽게 흡수돼, 지방 흡수를 방해하기도 전에 체내 이미 소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복숭아에는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과당이 있어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장어와는 관련이 없다. 하나연 교수는 “대부분의 음식 궁합은 시간이 흐르며 각색되고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음식 궁합은 단정하기 어렵다. 음식 안의 특정 성분들은 함유량이 적어 음식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연 교수는 “음식 궁합을 따지기보단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미리 파악하고, 식품 위생 및 식습관 개선에 신경 쓰는 것이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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