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가 견딘 위태로운 시기... 결속력으로 돌아왔다
[김상화 기자]
▲ 지난 14일 개봉된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의 한 장면 |
ⓒ SM엔터테인먼트 |
최근 1, 2년 사이 케이팝 아티스트 및 가수들의 공연, 다큐멘터리로 꾸며진 극장판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음악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TV, 모바일 환경보다 좋은 음향 시설, 초대형 화면을 통해 콘서트장의 분위기에 가깝게 재현한 작품들은 팬들의 든든한 성원 속에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된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감독 김지선·조현정, 제작 SM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컬처웍스(주)롯시플·(주)영화사그램) 역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케이팝 인기 그룹 에스파(카리나-윈터-지젤-닝닝)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11월 데뷔 부터 2023년 2월 거행된 첫번째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에 이르는 약 2년여에 걸친 짧지만 의미 있는 여정을 담았다. 이른바 '4세대 걸그룹'으로 불리면서 국내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에스파지만 그 과정에 결코 순탄한 것 만은 아니었다.
▲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의 한 장면 |
ⓒ SM엔터테인먼트 |
2020년 11월 17일 데뷔 싱글이자 디지털 음원 'Black Mamba'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기존 SM 선배 걸그룹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파격적인 사운드와 콘셉트는 단번에 케이팝 팬들의 관심을 4인조 신인들로 향하게 만들었다. 4인조라는 지금의 틀이 완성되기전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은 카리나와 윈터, 단 2명 뿐이었다고 한다. 이어 중국 출신 닝닝이 합류하면서 주로 청순 콘셉트로 준비에 돌입했던 에스파는 일본 출신 지젤이 최종 멤버로 확정되면서 현재의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수년에 걸친 연습생 생활을 끝내고 학수고대하던 데뷔의 꿈도 이뤘다. 하지만 이들에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금새 찾아왔다. 음악 방송 무대에 올라도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는 팬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텅빈 객석을 바라보며 퍼포먼스를 꾸며야 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현실은 의욕 넘쳤던 4명의 소녀들에겐 허탈감을 안겨준 것이다.
"데뷔하면 팬들도 만나고 좋아하던 선배 가수들도 만날 수 있겠지"라고 오랜 기간 품었던 희망이 단숨에 박살난 셈이었다. SM의 간판 단체 콘서트 'SMTOWN' 공연 조차 온라인 + 무관중으로로 진행되다보니 그냥 본인들 분량만 녹화하면 그만이었다. 그저 숙소에서 밥 먹으면서 자신들의 공연 영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2021년 새해 첫날 아침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의 한 장면 |
ⓒ SM엔터테인먼트 |
2021년 에스파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 올린 명곡이 등장했다. 바로 'Next Level'이 이 무렵 탄생한 것이다. 비록 비대면 공연, 방송 녹화 등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음원 순위 석권, 국내외 각종 음악상 수상 및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에스파는 에 직면했지만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차세대 케이팝의 주역으로 우뚝 올라섰다.
그리고 점차 제약이 풀리면서 이들은 한단계 도약에 나선다. 바로 미국 진출을 단행한 것이다. 세계 굴지의 음반회사 워너 뮤직과 계약한 에스파는 2022년 6월 27-28일 양일에 걸쳐 약 1만명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 들였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유튜브 시어터 무대에 오른 이들은 첫번째 대규모 팬과의 만남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데뷔 전 가졌던 소망을 하나 둘씩 이루기 시작했다.
같은해 8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거행된 SMTOWN 콘서트를 통해 '소속사 막내 아티스트'로서 훌륭한 신고식을 치른 에스파로선 '첫번째 단독 콘서트 개최'라는 1차 관문의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2023년 2월 25일 시작된 월드투어 <싱크 : 하이퍼 라인>를 위해 이들은 밤샘 연습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 이후 결과는 이미 많은 분들이 다 아는 대로다.
▲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 포스터 |
ⓒ SM엔터테인먼트 |
"도전이 없으면 재미 없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닝닝의 표현처럼 에스파에겐 매번 도전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손에서 피가 나더라도 항상 일렉트릭 기타를 놓지 않고 연습에 열중했던 윈터의 일화는 이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Next Level', 'Savage', 'Girls' 등이 만들어낸 역동성은 어찌보면 에스파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에스파가 등장한 2020~2021년의 케이팝, 그리고 대중음악계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만났다는 표현이 결코 과언은 아니았다. 오프라인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대형 자본이 뒷받침되는 기획사 소속 소수의 아티스트만이 온라인 콘서트로 활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제법 적지 않은 팀들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 데뷔를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도 경험했다.
에스파 역시 쉽지 않은 시기에 마치 직격탄을 맞은 듯 어렵게 데뷔를 감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을 잘 버텨낸 덕분에 4인조 걸그룹은 소속사의 안팎의 혼란을 딛고 SM의 새로운 주역으로 우뚝 올라섰다. 영화는 데뷔 이후 단독 콘서트 실시의 과정을 멤버 4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선사한다.
"I'm on the next level yeah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열심히 해도 어떠한 호응도 경험할 수 없었기에 자신들을 소모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할 만큼 적잖은 심적 부담은 이들이 극복해야할 또 다른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를 잘 이겨냈기에 에스파는 현재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명에겐 탄탄한 유대감과 결속력은 더욱 굳건히 형성되었다. 마치 'Next Level' 속 가사처럼.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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