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의 재테크…“8년전 미국서도 위약금 64억 먹튀”
해임 통보 직후 ‘한국 前감독’ SNS 소개글 수정
대한축구협회·K리그 ‘팔로우’ 끊기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경질되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잔여 연봉 지급을 앞둔 가운데 과거 미국 대표팀 감독에서 해임될 때 그가 챙긴 막대한 위약금 액수가 재조명됐다.
17일 축구계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2016년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을 지휘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내 그해 11월 해고됐다. 2018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였던 터라 미국축구연맹(USSF)으로부터 20개월간의 잔여 연봉을 받아 챙겼다.
당시 클린스만과 직원에 대한 전체 보상 비용(비현금성 보상 포함)은 620만달러(약 83억원)로 추정됐다.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USSF 세금 신고서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해임된 이후 실제 총 480만달러(약 64억원) 이상을 받았다. 실직한 상태였음에도 미국 축구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감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 한국 대표팀 감독직 경질에 따른 위약금은 7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줘야 할 돈까지 더하면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100억원에 달할 것라는 추산이 나온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서 받은 연봉은 29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계약 기간은 지난해 2월 말부터 2026년 6~7월 예정된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였는데,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위약금 관련 질문에 “감독 해지 관련 사항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제가 회장으로서 재정적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거액의 위약금을 챙기게 된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투자의 귀재다” “재테크는 클린스만처럼” “역대급 먹튀다” “상습범이다” “망쳐도 돈방석에 앉고 부럽다” 등의 조롱과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축구계에서 이미 지도자로서 낙제점을 받았다. 2008년 7월부터 약 9개월간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을 맡았는데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 정규리그 2위의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11월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감독을 맡았지만 단 10주 만에 SNS를 통해 감독직을 내려놓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독일 대표팀(2004~2006)과 2008-09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독일 ‘레전드’ 국가대표 필립 람은 2015년 자서전에서 “우리는 클린스만 밑에서 체력 훈련만 했다. 전술 훈련은 거의 없었다.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따로 모여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의논해야 했다. 모든 선수는 그의 밑에서 8주간 훈련한 뒤 ‘더 이상 발전이 없겠다’는 것을 알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뒤 부지런히 움직였다. 공식 발표가 나기도 전에 SNS를 통해 “모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모든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놀라운 여정에 대한 성원에도 감사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X(트위터) 계정 소개글도 재빠르게 바꿨다. 한국 축구 사령탑 부임 이후 “한국 감독, 전 미국과 독일 감독(Coach of Korea, formerly USA and Germany)”이라고 적어놨던 내용을 “독일과 미국, 한국을 지휘했다(Managed Germany, USA and Korea)”라고 고쳤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공식 계정을 ‘언팔로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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