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등극' 정관장, 가파른 상승세로 봄 배구 청신호

양형석 2024. 2. 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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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6일 페퍼저축은행전 세트스코어 3-1 승리, 5라운드 4승1패

[양형석 기자]

정관장이 페퍼저축은행을 22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3위로 올라섰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3,18-25,25-19,25-15)로 승리했다. GS칼텍스 KIXX가 최근 2경기에서 연패에 빠지며 승점을 올리지 못한 사이 연승을 달리며 승점 6점을 적립한 정관장은 GS칼텍스를 승점 2점 차이로 제치고 3위로 점프했다(15승14패).

정관장은 지오바나 밀라나가 57.45%의 성공률로 27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공격을 주도했고 이소영이 블로킹1개와 서브득점1개를 곁들이며 16득점,메가왓티 퍼티위도 1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지난 6시즌 동안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한 정관장은 V리그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 못한 팀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7시즌 만에 '정관장의 봄'이 찾아올 확률은 결코 낮지 않다.

정관장의 우울했던 6시즌의 흑역사
 
 메가는 이번 시즌 득점10위 안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쿼터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5-2016 시즌 득점 1위(776점)에 오른 외국인 선수 헤일리 스펠만을 거느리고도 최하위(7승23패)에 머물렀던 정관장은 2016-2017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사만다 미들본을 지명했다. 하지만 미들본은 시즌 직전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고 정관장은 유럽리그 경력이 전무했던 알레나 버그스마를 급하게 영입했다. 그리고 알레나는 정관장의 '굴러 들어온 복덩이'가 됐다.

알레나는 2016-2017 시즌 득점1위(854점),공격성공률 2위(43.76%), 블로킹5위(세트당0.57개)에 오르며 정관장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는 현재까지도 정관장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으로 남아있다. 정관장은 알레나가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한 2017-2018 시즌 5위(12승18패)로 떨어졌다. 알레나가 부상으로 9경기에 결장했던 2018-2019 시즌에는 최하위(6승24패)로 추락했다.

정관장은 2019-2020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02cm의 신장을 가진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의 거물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를 지명하며 재도약을 노렸다. 실제로 디우프는 정관장에서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면서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디우프의 헌신에도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정관장은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에서 무려 19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2021년 챔프전 MVP 이소영을 영입했다. 정관장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박은진과 정호영 등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2021-2022 시즌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평범한(?) 활약 속에 4위(15승17패)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2021-2022 시즌은 코로나19로 시즌 조기종료).

GS칼텍스 시절 팀의 주장을 역임했던 이소영은 정관장에서도 이적 한 시즌 만에 주장으로 선임됐고 정관장은 새 외국인 선수로 1999년생의 젊은 아포짓 스파이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PS 체믹 폴리스)를 지명했다. 정관장은 지난 시즌 엘리자벳이 V리그 여자부 역대 3번째로 1000득점을 돌파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승점 1점이 부족한 4위(19승17패)를 기록하며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그렇게 정관장의 흑역사는 6시즌으로 늘어났다.

이소영 주전복귀 후 가파른 상승세
 
 어깨부상에서 회복한 '캡틴' 이소영은 4라운드부터 정관장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은 이번 시즌 신설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얻어 185cm의 신장을 가진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를 지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아웃사이드히터 지아를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오른쪽을 맡기는 것이 V리그의 오랜 관행이었음을 고려하면 아시아쿼터 메가에게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맡긴 고희진 감독의 선택은 '파격'에 가까웠다.

정관장은 1라운드에서 메가와 지아로 구성된 쌍포가 폭발하면서 4승2패로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어깨수술을 받으며 팀에 합류하지 못한 이소영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준수한 수비를 갖춘 박혜민은 이소영 만큼의 공격을 기대하기 힘들고 거포 유망주 이선우는 풀타임 주전을 소화할 만한 리시브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결국 정관장은 2라운드부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2라운드 4연패와 함께 1승5패, 3라운드 3연패와 함께 2승4패를 기록한 정관장은 GS칼텍스에게 3위 자리를 내주고 중·하위권으로 떨어지며 7시즌 연속 봄 배구 실패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 교체로 투입되던 이소영이 주전으로 나서면서 팀에 안정감이 생겼고 정관장은 4라운드를 4승2패로 마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스타 휴식기를 치른 후 정관장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됐다.

정관장은 5라운드 5경기 중 지난 8일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만 1-3으로 패했을 뿐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그 중에는 지난 4일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풀세트 접전 승리도 있었다. 정관장의 쌍포 지아와 메가는 5라운드에서 각각 득점 3위(120점)와 4위(116점)에 올라있고 이소영도 5경기에서 64득점과 함께 41.61%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17전17승이라는 절대적인 강세를 이어가며 3위로 올라선 정관장은 지금의 순위만 잘 지키면 7시즌 만에 '봄 배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물론 여자배구는 워낙 흐름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정관장으로서는 지금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오는 21일로 예정된 4위 GS칼텍스와의 맞대결이 정관장에게는 이번 시즌 봄 배구 진출여부를 가늠할 일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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