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프로 시즌제 종영에 발칵…KBS의 현주소 [D:방송 뷰]

장수정 2024. 2. 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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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어 교양에도 칼바람
갑작스러운 역사저널 그날 종영 소식에 갑론을박 이어져

역사 프로그램이 종영 하자, 그 이유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시청자들이 “갑작스럽다”라고 느낄 만큼 종영 과정이 순식간이었다. KBS 관계자는 “부진한 시청률”을 이유로 들었으며, 오는 5월 새 시즌으로 돌아온다는 설명도 덧붙였지만, KBS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1일 KBS1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이 종영했다. 설 기획으로 본관과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가운데, 방송 말미 출연진이 직접 종영 소식을 전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제작진이 짚은 것처럼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013년 10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해 PD 55명, 작가 56명, FD 10명, 75명의 패널들이 거쳐간 KBS의 대표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역사저널 그날’은 앞서도 휴식기를 가진 적이 없지 않다. 이번 ‘역사저널 그날’은 네 번째 시즌으로, 새 시즌 직전 휴식기를 가지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다지곤 했던 것이다. 제작진과 KBS 관계자 모두 “폐지가 아닌 시즌제 종영”임을 강조하며 곧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이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즌 종영에 대한 안내를 미리 해왔지만, 이번에는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 말미에 쓰인 ‘이번 시즌 마지막 회차’라는 문구 외에는 다른 안내가 없었고, 이에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지난달 KBS 노동조합이 성명서를 통해 “‘역사저널 그날’이 작가와 진행자 등의 변경을 두고 제작진 내부에서 심각한 내홍이 발생했다”고 밝힌 것이다. 일부 PD 및 작가가 진행자 변경 등에 대해 반발한 것이 프로그램 리뉴얼의 주된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역사저널 그날’이 민감한 근현대사의 아이템을 다뤘고 관점도 다분히 편향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역사저널 그날’의 종영에 대해, 시청률이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 이유다.

무엇보다 KBS가 최근 수신료 분리징수와 이로 인한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을 이유로 여러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면서 반발을 산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폐지하며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11월 KBS 박민 사장이 취임 첫날 교양 프로그램 시청률 1위였던 ‘더 라이브’를 갑작스레 편성에서 삭제하며 의아함을 자아냈었다. 당시 ‘9시 뉴스’ 등 주요 뉴스의 앵커가 시청자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었다.

당시 ‘더 라이브’ 제작진 측은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단 하루 결방이 이뤄져도 전화 4~5통은 기본”이라며 “누구보다 엄격하게 편성 규약을 준수해야 할 편성 책임자가 태연하게 규정 위반을 ‘고백’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결국 시청자들은 물론,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도 폐지, 종영의 이유 및 과정상의 적합함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종영에 대해 “시청률 때문”이라고 말한 관계자의 설명이 시청자들에게 닿지 못하는 것은 결국 KBS가 자초한 일인 셈이다.

이렇듯 KBS를 향한 떨어진 신뢰도를 보여준 사례는 물론, 이것이 앞으로의 제작 위축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전망에 더욱 큰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KBS의 한 PD는 “프로그램을 폐지할 때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돼 있다. 사실 ‘홍김동전’의 경우 시청자들의 지지로 인해 폐지 결정을 좀 더 신중하게 내린 편이라고 여긴다”면서도 “다만 교양 프로그램은 조금 다른 문제다. 폐지 과정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KBS는 물론, 모든 방송사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이 위축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중요하다. 그게 설득되지 못한다면, 반발이 있고 이후에도 제작 의지가 위축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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