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제친 中 BYD 진격에 충격…벤츠∙포드도 "값싼 차" 경쟁
중국 차의 ‘메기 효과’(강력한 포식자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일까. 전기차 값이 더 싸질 전망이다.
중국 비야디(BYD)가 ‘가성비’를 무기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르자, 위기를 느낀 미국·유럽 등 전통 자동차 업계가 차량 가격을 낮추며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중국 차 굴기(倔起)를 꺾어 ‘급한 불’을 끄는 게, 미래 투자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내 신차 가격은 지난 1년간 평균 3.5% 하락했고, 특히 전기차의 경우 10.8% 급락했다. 미국은 차량 제조사와 유통·판매사가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차가 안 팔리다 보니 제조사가 정한 소비자가와 별개로 자동차 딜러들이 할인 판매를 늘린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지난해 마무리됐고, 인플레이션·고금리 등 여파로 신차 수요가 줄자 가격 인하가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 지원’을 업은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랐고, 해외 공장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브라질(남미)에, 12월엔 헝가리(유럽) 등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BYD는 ‘자동차 산업의 본진’ 미국 시장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BYD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쩌우저우 BYD멕시코 법인장은 “국제 브랜드화를 위해서는 해외 생산이 필수”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갖췄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전통 차 업계는 ‘메기’(중국 기업)에 맞서는 어항 속 ‘미꾸라지’ 신세가 됐다. 저렴한 중국 전기차가 만리장성 밖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져서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울프리서치 글로벌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중국 차는 결국 미국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존 우리 수익의 20~30%가 줄어들 것”(15일)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무역 장벽이 없다면 (BYD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경쟁사들을 괴멸시킬 것”이라고 했다.
전통 자동차 기업들의 묘책은 저가 차량의 확대다. 제조 원가를 낮춰 이익률을 높이고, 더불어 수요까지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짐 팔리 CEO는 “BYD ‘시걸’(소형 전기차)에 맞설 정도로 ‘값싼 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또 “최근 몇 달간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연기하고, 생산을 줄였으며 이익률 목표를 바꿨다. 수요 증가가 더딘 전기차 전략을 다시 조정했다”며 “‘값싼 차’를 생산하는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고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급 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미국 판매 촉진을 위해 저가형 모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딜러 회의에서 벤츠는 “‘톱 엔드’이 아닌 저가 모델에 중점을 두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미국·중국 등에서 차량 가격을 내리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계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고심 중이다. 먼저 미국 조지아주에 건립 중인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예정보다 이른 올해 10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IRA 시행에 따라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HMGMA 가동을 당겨 IRA 혜택을 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가 경쟁이 달아오르는 상황을 ‘전기차 시장의 성장통’으로 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산업이 성장 단계에 들어갈 땐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라며 “이를 계기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뒤엔 전기차 산업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가절감을 위해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하면 생산비를 최대 기존의 40%까지 낮출 것이란 분석도 있다”라며 “한국 자동차 업계도 스마트 배터리 등 디지털화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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