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보다 안정 택한 CJ… 부진 계열사엔 '핀셋 인사'

임온유 2024. 2. 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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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대한통운 대표만 변경
임원승진 44명→19명 대폭 축소
늦은 인사에 큰 변화 부담…중기계획 실행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단행한 '2024년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쇄신보다는 안정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CJ대한통운의 강신호 대표이사를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앉히고, 공석에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을 임명한 것 외 수장 교체는 없었다. 또한 신임 경영리더 승진도 절반 이상으로 대폭 줄였다. 다만 성과가 우수했던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다수의 승진자가 나와 신상필벌 원칙은 이어갔다.

핵심 계열사 부진에 16개월 만의 정기인사…혁신보다는 '2023~2025' 중기전략 실행에 방점

CJ그룹이 16일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2023년 인사가 단행된 2022년 10월 이후 무려 16개월 만이다. 정기 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핵심 계열사인 CJ 제일제당과 CJ ENM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이 회장의 고민이 길어졌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사상 초유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 쇄신을 점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 회장의 선택은 CJ제일제당을 제외하고는 안정에 가까웠다. 이미 1분기의 절반이 지나 조직에 대대적 변화를 주는 것이 부담인 데다 2022년 말 발표한 '2023~2025년 중기전략'의 실행력 증대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은 중기전략 키워드로 ▲초격차역량 확보 ▲4대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가속화 ▲최고인재 확보 ▲재무전략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와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영업익 -35% 'CJ제일제당' 대표 핀셋 인사…구원투수로 복귀한 강신호

다만 전 세계적 'K-푸드' 열풍 속에서도 바이소 부문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린 핵심 CJ제일제당에 대한 결정은 달랐다. 농심, 삼양식품 등 식품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동안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이상 감소한 8195억원에 그쳤다.

이에 이 회장은 최은석 대표 대신 CJ대한통운의 강신호 대표를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직전에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바 있는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에서 주요 사업부문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802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비게 된 CJ대한통운 수장 자리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앉게 됐다.

지난해 CJ제일제당과 함께 실적이 부진했던 CJ ENM의 구창근 대표는 유임됐다. CJ ENM은 지난해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다만 4분기 기록적 반등으로 악조건 속 선방하면서 자리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도 유임됐다. 허민회 CJ CGV 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대표 인사뿐 아니라 임원 인사 폭 역시 매우 적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경영리더는 19명으로 2022년 53명, 2023년 44명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19명 중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이 나와 신상필벌 원칙은 이어갔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두 회사에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오너가 4세 이선호 실장 승진 제외…해외 식품사업 컨트롤타워 이어가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이 회장의 아들이자 오너가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은 없었다. CJ제일제당 전체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 실장이 이끄는 해외 식품 사업 부문 매출은 4분기 기준 1조3866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국내(1조3800억원)를 앞서는 등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에 지속해서 미주, 유럽, 아태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의 식품 해외사업 성공 사례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세계적으로 퍼지며 CJ제일제당은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게 됐다"며 "K푸드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한국 식문화 세계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전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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