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돌려내"…뿔난 전세민 강제경매 1만8000건 '사상 최대'

권현지 2024. 2.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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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도권 부동산 강제경매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낮은 현상)'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많아지자, 뿔난 전세민들이 전셋집을 법원 경매로 넘긴 여파다.

강제경매는 채권자(세입자)가 약속된 날까지 채권액(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법원이 부동산을 압류해 강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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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서 1년 전보다 33% 증가
경기 7383건·서울 7130건 등
실제 보증금 회수는 쉽지 않아
보증금 부담에 낙찰 꺼려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 15% 그쳐

지난달 수도권 부동산 강제경매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낮은 현상)’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많아지자, 뿔난 전세민들이 전셋집을 법원 경매로 넘긴 여파다. 다만 전문가들은 낙찰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보증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유효 강제경매 개시결정 등기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79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467건)보다 33% 증가했고, 전달(1만7333건)과 비교해도 621건 늘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4월(1만3765건)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과 11월 각각 1만5000건, 1만6000건을 넘어섰다.

강제경매는 채권자(세입자)가 약속된 날까지 채권액(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법원이 부동산을 압류해 강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집값 상승기인 2021년 전후 매매가 대비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한 임차인들이, 이후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탓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보증금 회수를 위해 법원에 경매 신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2년 말 ‘전세 사기’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지난해부터 연립·다세대(빌라) 등이 속속 입찰에 들어간 상황이다. 법원 경매 신청 후 첫 매각 기일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이로 인해 주택 하락 폭이 컸던 수도권에서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강제경매 신청 건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7383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7130건, 인천 3441건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구 화곡동이 1288건(17%)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 신월동(294건), 금천구 독산동(270건), 양천구 신정동(248건)이 뒤를 이었다. 모두 저가 빌라가 밀집해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했던 곳들이다. 경기에서는 부천시(1320건), 평택시(599건), 광주시(390건), 화성시(378건), 수원시(336건) 등이 많았다.

문제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시세 대비 높은 전세가에 계약했던 피해자들은 융자금이 적은 주택을 선택해 선순위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대항력을 갖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 시 감정평가액은 전세 계약 당시 시세보다 높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낙찰자 입장에서는 보증금보다 낙찰가격이 낮으면 그만큼 추가 자금을 들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줘야 한다. 낙찰시 보증금 부담이 있다 보니 입찰이 꺼려지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수요가 급감한 점도 낙찰이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경매 낙찰률은 14.9%로 역전세가 발생하기 전인 2021년 22~41% 수준에서 급감했다. 빌라 10채 중 1.5채가 겨우 낙찰된다는 의미다. 낙찰가율도 78%로, 2021년(83~98%) 대비 최대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인천의 지난달 연립·다세대 경매 낙찰률은 각각 18.5%, 17.3%로 나타났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세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과 비교해 전세·매매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깡통 전세’나 전세 사기 매물이 계속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경매 건수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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