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발상지 ‘조지아’ 대표 오렌지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인류 역사에서 와인을 처음으로 만든 곳은 어디일까. 러시아와 튀르키예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은 나라 ‘조지아’가 와인 발상지로 불린다. 조지아에서 처음 이집트로 와인을 수출했고 이집트가 양조법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이후 그리스와 로마, 프랑스 등 유럽 전역으로 전파됐다는 게 정설이다. 와인의 어원 역시 조지아어 ‘Ghvino’에서 유래했다.
샤토 무크라니(Chateau Mukhrani)는 와인 발상지 조지아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와이너리 중 하나다. 8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때부터 내려온 조지아 고유 양조 방식 ‘크베브리(Qvervri·토기 항아리)’ 양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한 브랜드다.
1876년부터 와인을 생산한 샤토 무크라니는 조지아 왕실 영지를 프랑스 샤토 스타일과 미국 에스테이트(Estate)를 결합해 화려한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와이너리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35㎞ 떨어진 북쪽 와인 산지 카르틀리(Kartli) 지역에 위치해 있다. 무크라니(Mukhrani)는 조지아어로 ‘참나무로 장식했다’는 뜻을 지녔다. 와이너리를 방문해보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다. 샤토 무크라니 정문 진입로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 길을 따라가노라면 저 멀리 살구색 외관과 하얀색 창틀로 꾸며져 있는 이름다운 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지아 토착 품종…귤껍질 향에 우아한 산도 일품
조지아가 러시아에 지배받던 시절에는 위기도 있었다. 러시아 정부가 저가 와인 생산을 강요하자 샤토 무크라니는 왕가의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예 와인 생산을 중단했다. 조지아 와인 품질과 왕가 체통을 지켰지만, 그로 인해 포도밭은 황폐해졌다.
2003년 샤토 무크라니는 새롭게 과거 포도밭을 부활시키면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코카서스산맥 해발 고도 520~605m의 포도밭 102㏊에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조지아 왕가 와이너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조지아 정재계 사교 모임 장소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으면서 조지아 와인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다. 조지아 토착 포도 품종인 흑포도 사페라비(Saperavi)와 알렉산드로울리(Alexandrouli), 청포도 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 므츠바네(Mtsvane) 등을 쓰면서도 국제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를 재배하며 전통과 국제화를 함께 추구한다.
필자 추천 와인은 샤토 무크라니 크베브리 2018(Chateau Mukhrani Qvervri 2018) 화이트 와인이다. 포도 품종은 르카치텔리와 므츠바네를 블렌딩했고 크베브리에서 발효·숙성했다. 색깔은 황금빛 오렌지색을 띠고 있으며, 아로마는 귤껍질, 흙, 너트, 레몬, 시트러스, 흰꽃 향이 난다. 마셔보니 오렌지 와인 특성을 아주 잘 살렸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부드럽고 우아한 산도, 약간의 타닌이 나타나며, 균형감이 탁월하고 여운이 길었다. 음식과 조화는 샌드위치, 생선 요리, 스시, 오리구이,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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