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심해지면 사회 붕괴… 곤충에게 배워라

김남중 2024. 2. 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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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열림원, 280쪽, 1만8000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과학자 중에 최재천(69)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말로 쓴 책이 저서, 역서, 공저, 편저 등을 포함해 100권이 넘는다. 지난 25년 동안 쉼없이 신문 칼럼을 썼고,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구독자는 68만명이 넘는다. 그에게 쏟아지는 강연 요청은 한 해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100여건을 해마다 소화하고 있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최재천의 강연을 재구성한 에세이집이다. 최재천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이 사회가 변화했으면 해서 목소리를 낸 일들이 제법 있다. 당시에는 그게 아무 효과도 없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게 생기더라”라며 “이게 대한민국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은 지난 2004 년 “호주제는 생물학적 모순”이라는 주장을 담은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를 출판했고,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폐지 결정 당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됐다.

그는 “대한민국은 집단적 현명함을 갖춘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국민 대다수가 그걸 받아들이는 걸 그동안 여러 번 봤다. 지난 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백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우리 국민은 그거 다 들어보고 그래도 맞는 게 낫겠네 하면서 다 팔뚝을 걷었다. 그런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천은 기후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국립생태원장을 지냈고,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국제회의에 가보면 우리나라한테 붙은 별명이 있다. ‘기후깡패’라고 한다. 한국은 발표는 잘 하는데 이행을 안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면서 “저는 한국이 ‘기후깡패’ ‘기후얌체’가 아니라 ‘기후바보’라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만 해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반도체도 못 팔고 자동차도 못 판다”고 얘기했다. 이어 “국민은 문제를 이해하고 있고 어려움을 감수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기업도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다”며 “지금 정부가 기후 문제는 너무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책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라고,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책은 곤충들의 공생적 생태 속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지혜를 전한다. 그는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걸 동물 사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동물 사회를 관찰하면 알파 메일(으뜸 수컷)이 혼자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눈다”며 “그런데 인간 사회는 그걸 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곤충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재천은 “우리 어렸을 적에는 제비가 많았는데, 지금은 제비 못 본 지 오래 됐다고 한다. 또 예전에는 가로등마다 벌레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지금 서울 가로등에서는 곤충들이 붙는 걸 볼 수 없다. 그 정도로 곤충의 양 자체가 확 줄었다”면서 “곤충 바로 위에는 그들을 먹이로 하는 새들이나 작은 포유동물이 있는데, 곤충이 사라지니까 그들이 대규모 멸종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곤충의 위기는 그 아래 식물계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농업이나 건축을 위해 대규모로 식물들을 제거해 왔다. “식물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맨 밑바닥이 없어진다는 거잖아요. 그럼 어마어마한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이게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곤충입니다.”

책에는 서울대 2023년도 하계 졸업식 연설도 수록돼 있다. 최재천은 이 연설에서 “가진 자들은 별 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공평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비판하면서 “공평은 양심을 만나야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라고 얘기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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