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길 열어주겠다” 공천신청 철회…韓, “헌신에 감사”
당 원로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승리를 위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라고 썼다. 국민의힘 공천 신청을 철회한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국민이 보기에 정치와 국회가 나라를 망치는 만악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부산 중-영도 예비후보로도 등록했다.
출마 선언 당시 김 전 대표는 ‘상향식 공천’으로 대표되는 공천 개혁을 관철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정치 신인이 권력에 기생해서 힘없는 사람을 권력으로 밀어내고 전략공천을 받으니 국회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후배들이 너무 잘못 하고 있기 때문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직후 “또다시 전략공천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라며 부산에 무더기로 출마한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장관을 했고, 총리실 비서실장도 했고, 전직 해양수산부 차관도 있는데, ‘전략공천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부산 중-영도에는 검사 출신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해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 간의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전략공천에 유독 민감한 것은 두 차례의 공천 탈락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 좌장이던 김 전 대표는 당권을 쥔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컷오프됐다. 김 전 대표는 공천에 불복해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이계 후보를 꺾고 국회로 돌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끈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탈박(脫朴)했다는 이유였다.
2014년 새누리당 대표에 취임한 김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 공천을 시도하던 ‘박근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고, 공천 후보자의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는 공천 파동까지 겪으며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기도 했다.
출마 선언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과 관련해 김 전 대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정착된 시스템 공천이 지역구 낙하산 공천의 우려를 덜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이 계파공천, 전략공천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는 여론이 팽배한 모습에 선거 패배의 가능성을 봤다”라며 “공관위가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켜 잘 진행되고 있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중-영도에 등록한 후보들은 모두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제 역할은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김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는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님의 헌신에 감사드린다. 목련이 피는 4월, 동료 시민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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