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부는 ‘건국전쟁’ 바람…보수 결집에는 득, 중도층 표심에는 실

이종선 2024. 2. 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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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역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열풍이 불고 있다.

총선에 출마하는 여권 인사들의 건국전쟁 관람 후기도 이어졌다.

권성동·정진석 의원 등 여권 중진들도 잇달아 페이스북에 건국전쟁 감상 소감을 밝혔다.

여권의 '건국전쟁 띄우기' 이면에는 자칫 내부 파열음이 불거지기 쉬운 공천 국면에서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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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역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열풍이 불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투톱’이 잇달아 영화를 관람한 데 이어 현역 의원이나 총선 출마자들도 SNS 등을 통해 영화 ‘관람 후기’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열기가 16일 기준 54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여권에 득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운동권 청산’ 프레임을 강화하고 보수를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자칫 ‘과거사 논쟁’으로 이어지면 중도층·무당층 외연 확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원내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건국전쟁에 대한 흥행과 호평이 이어지자 별안간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작품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날 선 공격을 쏟아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 그대로를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민주당에게는 왜 그렇게 불편한 일로 다가오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 발언은 민주당이 전날 “이 전 대통령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시켜 친일파 청산을 가로막았고, 한국전쟁 당시 국민을 버리고 서울을 탈출했다”고 깎아내리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일, 윤 원내대표는 14일 각각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박은식 비대위원도 비대위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친일, 친미, 독재, ‘런승만’(이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도망쳤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 등의 단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여권 인사들의 건국전쟁 관람 후기도 이어졌다.

서울 동작을에 공천을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건국전쟁과 관련해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았고 너무나 왜곡된 역사 인식을 하고 있었다. 나라가 바로 만들어지려면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부터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정진석 의원 등 여권 중진들도 잇달아 페이스북에 건국전쟁 감상 소감을 밝혔다.

여권의 ‘건국전쟁 띄우기’ 이면에는 자칫 내부 파열음이 불거지기 쉬운 공천 국면에서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공천 시작 국면이니 당장 외연 확장보다는 보수 결집이 우선이라고 여당이 판단한 것 같다”며 “공천을 앞두고 의원이나 예비후보들도 ‘나도 봤다’ 하는 식으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그동안 ‘민생’을 강조해온 한동훈 비대위의 행보와 다소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집권 여당은 유권자가 ‘필요해서’ 투표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많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념 구도를 부각하는 건 여당에 썩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불필요한 역사 해석 논쟁으로 번지면 중도층 확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권 내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잘못 전달된 게 있는 것 같다’ 정도로 소개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건국전쟁이 마치 당의 ‘바이블’인 것처럼 비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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