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설연휴 중 尹에게 전화보고"…극비리에 국무회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해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이번 수교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관계를 공식 수립했다.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유관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과 노력 끝에 이룬 결실”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수교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반면, 우리나라 외교 지평은 넓어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쿠바와의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해오면서도 논의 진전 상황은 극비리에 부쳤다. 이 관계자는 “수교 협의는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채널과 외교부 국·과장급 실무진 채널을 활용했다”며 “지난 한 해만 해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 접촉했다”고 전했다. 쿠바에 대한 수차례의 인도적 지원과 문화 교류도 수교의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다.
수교 협상 타결 소식은 지난 설 연휴 중에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국교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상 간 교감이나 교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실무진, 또는 외교부 장관 레벨에서 접촉이 있었고 연휴 기간에 최종 합의가 돼 전화로 보고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양국 수교안이 비공개로 의결됐다. 국무위원들에게만 수교 안건이 적힌 종이를 배포했으며, 회의 종료 후 이를 바로 회수했다. 국무회의 사후 결과자료에도 ‘즉석 안건 1건’으로만 표기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 등을 감안해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쿠바가 수교에 응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단 한류 등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다”며 “우리와의 경제적 협력 등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수교 과정에서 쿠바가 따로 요구한 사안은 없었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채 북한과 단독 수교한 곳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만 남았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교로 우리나라는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다”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쿠바가 그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을 언급하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 8월 수교했으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반미(反美)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긴밀히 교류해왔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그렇게 믿었던 쿠바 아닌가. 북한이 현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및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로나19팬데믹 이전에 쿠바를 찾는 우리 국민은 연간 1만4000여명이었다”며 “쿠바를 방문하는 한국 국민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 조력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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