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 보안’ 한·쿠바 수교 막전막후… 국무회의 ‘즉석안건’ 의결, 공표 시각 분단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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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즉석안건' 1건이 포함된 문서가 국무위원들에게 나뉘어졌다.
문서에는 한국과 쿠바 간의 수교에 관한 안건이 적혀 있었고, 이 내용은 다른 안건들과 달리 국무위원들의 PC화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한국은 외교 공식문서 교환 시점이 임박했을 때 미국에 쿠바와의 수교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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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즉석안건’ 1건이 포함된 문서가 국무위원들에게 나뉘어졌다.
문서에는 한국과 쿠바 간의 수교에 관한 안건이 적혀 있었고, 이 내용은 다른 안건들과 달리 국무위원들의 PC화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외교부는 국무회에서 수교안이 의결되자 배포됐던 문서를 모두 회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수교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국무회의 직전인 설 연휴 중 “쿠바와의 수교가 최종 결정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진 않았지만, 실무진의 물밑 교섭을 독려하며 쿠바와의 수교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한국과의 수교 협상 진행 상황을 참모진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쿠바와의 수교는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외교부·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유관부처의 협력과 다각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쿠바와의 수교를 2000년대 초부터 추진했다. 물밑 협상은 지난 2년간 급물살을 탔다. 미국 뉴욕의 주유엔대표부와 쿠바를 담당하는 주멕시코대사관 등이 채널이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과테말라에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차관을 만나는 등 지난해에만 총 3차례 쿠바 측 고위 인사와 접촉했다.
주멕시코대사가 쿠바를 직접 방문했고 실무진도 쿠바 당국자들을 접촉했다.
지난해 8월에는 쿠바 고위 인사와 학자가 국내 연구기관의 학술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찾아 박 전 장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는 지난 설 연휴 직전에 적극적인 수교 협상 의사를 전해오면서 막판 협상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뉴욕의 주유엔대표부가 창구로 활용됐다.
이 과정 역시 철저한 보안이 지켜졌다. 양국 유엔대표부에서도 황준국 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쿠바 대사를 포함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협상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양국 유엔대표부는 최종 합의에 다다르자 본국에 각각 이 사실을 보고했다. 수교 수립을 알릴 시각은 분 단위까지 합의했다.
양국은 한국 시각으로는 14일 오후 10시에 외교 공한을 교환하고, 이를 5분 뒤 공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외교 공식문서 교환 시점이 임박했을 때 미국에 쿠바와의 수교 사실을 알렸다.
쿠바가 ‘형제국’ 북한을 의식해 극비리 협상을 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과 쿠바가 1986년에 맺은 친선 협조 조약 서문에는 두 나라가 ‘형제적 연대성 관계’라는 문언이 있다”고 말했다.
쿠바가 한국에 빗장을 푸는 데에는 K팝·K드라마 등 한류에 대한 쿠바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크게 작용했다. 또 한국과의 경제협력 가능성, 한국의 꾸준한 인도적 지원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3년부터 쿠바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현지에 ‘한류 팬클럽’도 1만명 정도 활동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2년 8월 쿠바에서 연료저장시설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20만 달러, 지난해 6월 쿠바 폭우 피해가 심각했을 때 30만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우리 국민들의 쿠바에 대한 관심도 낮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쿠바를 찾는 우리 국민은 연간 1만4000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경원 권중혁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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