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국토부의 '나홀로' 재개발 속도전

심나영 2024. 2. 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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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개발 계획은 전혀 확정되지 않음.'

보도자료의 주제가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였던 만큼, 국토부가 주도하는 부산 도심 재개발 사업 계획들이 담겼다.

1·10대책을 통해 국토부가 재개발·재건축 문턱을 낮춘다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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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개발 계획은 전혀 확정되지 않음.'

읽다 보면 맥 빠지는 이 문구는 지난 13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보도자료 16페이지에 나오는 이미지 설명이다. 보도자료의 주제가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였던 만큼, 국토부가 주도하는 부산 도심 재개발 사업 계획들이 담겼다.

이 문구는 부산의 철도 지하화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에 있었다. ‘지하화 전→후 조감도 예시’라는 제목이 붙은, 철길 근처의 낡은 주택들이 초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신한 후를 그린 그림 아래에 위치했다. 그런데 ‘철도를 없애고 상부 재개발로 얻는 이익으로 지하화 비용을 대겠다’는 방법만 있을 뿐, 언제 어디를 개발할 건지 하나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도 저런 김새는 문구를 써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10대책을 통해 국토부가 재개발·재건축 문턱을 낮춘다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30년 된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미뤄주겠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완화하겠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을 덜 걷겠다’는 것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을 쏟아내는 중이나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에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장에서는 "누가 요즘 같은 때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냐"며 답답함에 가슴을 친다.

"공사비가 이렇게 치솟았는데 아무리 규제를 풀어봐야 의미가 없어요.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수억씩 내면서 재건축을 할까요? 탁상공론이 이런 거에요"(강남구 A 공인중개사). "안전진단 통과 축하 현수막도 떼버렸어요. 금리가 높고 경기까지 안 좋으니 주민들이 지금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도봉구 B 아파트 재건축조합장). "사실 안전진단을 없앤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 인가 이전’으로 늦춘 거예요. 그 단계면 조합설립·건축심의·설계업자 선정까지 다 끝난 상황이에요. 그때 안전진단 통과를 못 하면 폐해가 더 클 겁니다. 정부는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기는 했나요?"(서초구 C 법무사).

1·10대책으로 들썩여야 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더 내려갔다. 규제 완화는 뒷전이고, 공사비 탓에 추가 분담금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아졌다. 송파구 재건축 대어인 잠실 주공5단지(전용 76㎡)는 지난달 18일 24억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4억6000만원)보다 5000만원 넘게 하락했다.

재건축·재개발의 성공 여부는 속도와 관련이 깊다. 추진부터 완성까지 십수 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경제 상황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시간이 걸릴수록 사업비가 늘고 조합원도 애를 먹는다. 하지만 이것도 정비사업 수요가 넘칠 때의 이야기다.

국토부 한 고위관계자는 규제 완화 발표 이후에도 시장이 시큰둥하다고 하자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공사비와 금리는 어쩔 도리가 없으니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일까. 누구도 따라가지 않는 길에 나 홀로 속도를 내겠다고 외쳐봐야 박수 쳐줄 사람은 없다. 아무리 총선이 코앞이라고는 하나, 국민의 필요를 파악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사는 집과 연관된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심나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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