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대증원, '주장' 대신 '팩트'로 싸워라

최태원 2024. 2. 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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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정부)..."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황급히 "정부가"로 표현을 바꾸며 발언을 이어갔다.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강 대 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연구를 토대로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으나, 2020년 발표했다가 무산된 400명 증원보다 4년만에 5배가 더 필요하다고 계산한 근거는 설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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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정부)..."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황급히 "정부가"로 표현을 바꾸며 발언을 이어갔다. 14일 오후 2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 언성을 높이며 정부를 비판하던 김 비대위원장의 분노는 말실수로 이어질 정도였다.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투쟁할 수 있는 시점에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그의 표정엔 감정이 실려 있었으나, 투쟁의 당위성에 대한 차분한 설명은 없었다.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강 대 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초강경 비판과 주장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판과 주장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연구를 토대로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으나, 2020년 발표했다가 무산된 400명 증원보다 4년만에 5배가 더 필요하다고 계산한 근거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니 "총선용 대폭 증원"이라는 의료계 반발을 잠재우지 못한다. 의료계도 검증된 데이터 없이 주장만 앞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의협은 "필수의료 기피 원인 해결을 선행하라"는 입장만 고수할 뿐, 의대 증원이 아예 불필요하다면 왜 불필요한지, 증원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 적절한 증원 규모는 몇 명으로 보는지 논리적인 설명은 하지 않는다.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가 더 탄탄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보여줘야 한다. 의사 수가 급증하면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의료계 지적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유인수요이론은 학문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문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의료경제학에서 공급자 유도 수요는 학문적으로 정립된 이론이라며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근거를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의대생 교육 논란도 비슷하다. 박 차관은 "기초의학 등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필수의료와 실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토론이 빠진 자리에 "단체 행동"과 "엄정 대응" 등 전투적 발언이 난무한다. 전국민 건강을 좌우하는 의료정책은 감정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싸우더라도 근거에 기반해서 이성적으로 싸워야 한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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