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결혼식 까맣게 물들었다…'순백의 신부' 실종, 무슨 일
이누카이 카나(27)는 지난 2022년 열린 결혼식 피로연에서 볼륨이 있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남편 케이스케(41)도 검은 셔츠와 턱시도를 골라 색을 맞췄다. 이들의 부모는 "놀랐지만, 너희들 답다"고 했다. 카나는 "웨딩 샵에서 카탈로그의 검은색 드레스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13일 야후재팬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신부들 사이에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란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대신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결혼식 정보 업체 '민나노웨딩구'(모두의 웨딩) 웹사이트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조회수 1~2위를 기록한 상품은 모두 검은색 드레스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 웨딩 트렌드로 '검은색 웨딩드레스'를 꼽기도 했다.
도쿄의 여성 직장인 A씨(30)도 지난해 12월 도쿄의 한 길거리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을 했다. A씨는 "해외 드라마에서 보고 검은색 웨딩 드레스를 동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들은 "검은 드레스의 유행은 보수적인 일본 결혼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신(신랑) 색깔에 물들겠다'는 의미의 흰 드레스 대신 '당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겠다'는 보다 능동적인 검은색 드레스의 메시지가 신부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일본브라이덜협회에 따르면 일본에 '순결' 등을 상징하는 순백의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본격 보급된 건 1970년대부터다. 검은색 드레스는 상복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예복으로 금기시됐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에 '상식'이 달라진 것이다.
민나노웨딩구의 마케팅 담당 스즈키 아야카는 "'금기'가 깨진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 결혼식은 최소 60명의 하객이 참석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엔 소규모화가 진행됐다. 경우에 따라 사진만 찍는 '포토 웨딩'도 늘었다"며 "신부들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은색 드레스 외에도 일본 결혼식에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문화들이 '새로운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그동안 결혼식에 잘 쓰이지 않던 드라이 플라워(말린 꽃)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장 장식이나 부케에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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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예인의 검은 드레스, 日서 주목…"한국풍으로 할래요"
야후재팬은 일본 내 검은색 웨딩드레스의 유행이 '한국풍 웨딩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의 여자 유명인들이 흰색 웨딩드레스 대신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촬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이것이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주목을 받으면서 일본의 결혼 문화가 바뀌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야후재팬은 "지난해 결혼을 발표한 가수 레이디 제인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을 했고, 최근 결혼을 발표한 그룹 AOA의 전 멤버 유나도 검은 드레스를 입은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레이디 제인은 결혼식에서는 흰색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
일본 전국에 6개 지점을 둔 웨딩드레스 대여 샵을 운영하는 '드레리치'의 대표 츠나시마 마이는 야후재팬에 "한국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풍으로 하고 싶다'면서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변화에 힘입어 결혼식 의상에 대한 보수적인 일본의 부모 세대의 생각도 변하고 있다고 야후재팬은 짚었다. 일본 결혼 의상 전문가는 야후재팬에 "일본의 부모들이나 하객들이 (신부의 검은색 드레스에) 대체로 놀라기는 하지만,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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