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1번타자 낙점… 매일매일이 설레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5)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1번 타자로 낙점된 이정후의 '아메리칸 드림'도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15일(한국시간)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야수조는 20일부터 팀 훈련을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지난 1일 미국으로 건너가 일찌감치 개인 훈련을 했다. 일찌감치 몸 상태를 끌어올린 이정후는 연습 타격에서 몇 차례 담장을 넘기기도 했다. 이정후 스스로도 "첫 프리배팅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만족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든 이정후는 "선수들도 대부분 빨리 (캠프에) 와서 동료들과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음식이나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 만나는 선수마다 '한국말 아침 인사를 물어본다"고 했다.
2017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고졸 신인 최초 3할 타율, 최다안타 및 득점 기록을 세우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신인의 마음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이정후는 "지금은 매일매일 기대되고 설렌다"며 "그때가 (지금보다) 더 긴장되고 떨렸다. 숨도 못 쉬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쉰다"며 "날씨는 물론, 훈련시설도 좋고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져서 여러 가지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여유있게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인 밥 멜빈 감독은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이끌어 김하성과 함께 했다. 키움에서 이정후와 같이 뛰었던 김하성은 MLB 생활은 물론 멜빈 감독과 관련한 조언도 들려줬다. 이정후의 입단식 당시 "이정후는 내가 찾던 선수"라고 반기기도 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빠르게 적응하는 걸 보고 놀랐다. 이정후도 비슷한 것 같다"며 반겼다. 이정후는 "감독님에게 하성이 형을 좋아한다. 하성이 형이 한국 선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줘서 나도 좋은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4억원)라는 큰 계약을 안겼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MLB.com은 포지션별 최고 신인들을 전망하면서 이정후의 이름을 올렸다. 예상 성적도 134경기 12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84,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 3.4로 높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부상만 없다면 개막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키움에선 주로 중심 타선을 맡았다. 그러나 헛스윙이 적고, 출루율이 높으면서도 장타를 곧잘 때려내기 때문에 1번 타자로도 적합하다.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다.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3월 20·21일)를 치른 뒤 돌아와 29일부터 샌프란시스코와 홈 4연전을 치른다. 김하성 역시 이 경기에서 1번 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은 지난해 타격 능력이 향상되면서 1번 타자로 73경기에 나섰다.
톱타자로 나섰을 때 성적도 좋았다. 통산 1번 타자 성적은 타율 0.264, 93안타, 12홈런, 44타점, 59득점, 26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미국으로 떠나면서 "정후가 나한테 치면 안 봐준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정후는 "엄청나게 기대된다. 나만 잘하면 하성이 형과 함께 한국에서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같이 출전한다"며 "리그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시범경기 출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의 준비도 이미 끝났다. 두려움 없이 맞설 생각이다. 이정후는 "처음 신인이었을 때 투수 등을 보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선배 투수를 보면 주눅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을 여기서도 가져갈 것이다. 꿈꿔왔던 생활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고, 목표만 보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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