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코레일, 강릉선 KTX 탈선 과징금 6억 안내도 돼"

강갑생 2024. 2.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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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8일 오전에 발생한 서울행 강릉선 KTX 탈선사고 현장.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 2018년 말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책임을 물어 코레일에 부과한 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탈선사고의 주된 원인이 코레일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5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코레일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토부(피고)가 처분사유로 삼고 있는 코레일(원고)의 전동기 전압·전류 점검 미시행 또는 단자류 배선 정비상태 미점검과 이 사건 사고(탈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처분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토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며 “국토부가 코레일에 대해 한 과징금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2018년 12월 8일 아침에 발생했으며, 당시 사고 충격으로 열차(KTX 산천) 10량 전부가 탈선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고, 승객 15명 등 모두 16명이 다쳤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앞서 국토부는 탈선사고와 관련해 2019년 10월 코레일이 ▶철도안전과 관련법령, 기준 및 규격 등의 요구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고 ▶전동기 전압·전류 점검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점검부에 허위 기록했다며 과징금 6억원을 부과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청량신호소 기계실의 단자류 배선 정비상태를 점검하지 않았으면서도 시행한 것처럼 점검부에 허위로 기록했다고도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는 강릉선 건설을 담당했던 한국철도시설공단(공단, 현 국가철도공단)에도 철도시설관리자 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과징금 6억원을 부과했다. 공단은 곧바로 과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점검 일자가 다를 뿐 실제로 점검을 했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 사정에 밝은 철도업계 관계자는 “선로전환기의 신호를 수집하고 관제센터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 청량신호소의 케이블이 처음부터 반대로 꽂혀있었던 게 탈선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며 “이는 강릉선 건설을 담당한 공단이 부실시공을 한 때문이라는 게 코레일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책임을 지고 오영식 당시 코레일 사장이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또 “탈선사고의 책임을 지고 오영식 당시 사장이 사퇴한 데다 코레일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공단의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레일 내부에서는 상당히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선사고 초기에는 차량 결함이나 선로전환기 유지보수 부실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코레일 책임론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항철위)의 조사결과, 사고 발생 지점에 있는 2대의 선로전환기 케이블이 청량신호소 내 단자대에 거꾸로 꽂혀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2018년 12월 9일 온라인 단독보도〉

당시 사고는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나뉘는 선로 부근에서 발생했다. 서울 방향의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했다. 하지만 케이블이 반대로 꽂혀있던 탓에 당시 선로전환기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보여주는 신호에는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이 때문에 서울행 KTX는 이상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계속 달리다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강릉선 탈선


이듬해 2월에는 항철위가 케이블이 애초 시공 때부터 잘못 꽂혀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중앙일보 2019년 2월 18일 온라인 단독보도〉이 전해지면서 탈선사고의 주된 책임이 코레일이 아닌 공단에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부실시공이 탈선 원인이라는 의미다.

항철위는 그해 말 강릉선 KTX 탈선은 케이블을 거꾸로 꽂는 등 부실시공 탓이라는 내용이 담긴 최종조사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했다. 〈중앙일보 2019년 12월 24일 온라인 단독보도〉해당 보고서엔 공단이 개통 전에 시행한 청량신호소 및 강릉차량기지 연동검사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케이블이 반대로 표시되는 걸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사실도 담겼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코레일은 2021년 6월 공단을 상대로 강릉선 KTX 탈선사고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코레일은 당시 사고로 인해 240억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고 추정한다.

국토부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조성균 국토부 철도안전운행과장은 “당시 사고와 관련해 별도의 수시검사 자료 등 많은 자료 검토를 통해 코레일에도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내부적으로 판결문 분석 등을 거쳐 항소 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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