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회색지대 도발

손병호 2024. 2. 1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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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분야에서 '회색지대(grey zone)'는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아닌 상태를 말한다.

'회색지대 도발'은 대대적 군사 충돌은 아니지만 유무형의 작은 공격으로 상대에 타격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말로 으름장을 놓아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도 이런 유형의 도발로 볼 수 있다.

통일연구원이 14일 개최한 포럼에서 북한이 회색지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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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안보 분야에서 ‘회색지대(grey zone)’는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아닌 상태를 말한다. 전쟁과 평화 사이의 모호한 영역이다. ‘회색지대 도발’은 대대적 군사 충돌은 아니지만 유무형의 작은 공격으로 상대에 타격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해킹이나 소규모 테러, 요인 암살, 가짜뉴스 유포, 국가 기간시설 파괴, 사회 혼란 야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말로 으름장을 놓아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도 이런 유형의 도발로 볼 수 있다. 미·중 간 경제전쟁, 산업스파이전도 회색지대 충돌의 일환이다. 상대 지도자 비리를 흘려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이란의 예멘 반군 지원처럼 남을 시켜 ‘대리전’을 치르는 것도 그런 유형의 도발이다.

통일연구원이 14일 개최한 포럼에서 북한이 회색지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윤석열정부의 응징 의지가 강해 북측이 도발 주체나 원점이 불확실한 방식으로 남측에 타격을 주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간첩이나 남한 내 북한 동조세력을 통해 ‘북한판 지하드’로 테러를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북측의 대남 협박 수위가 한층 높아진 만큼 군,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회색지대 도발을 바짝 경계해야겠다. 남측은 이미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 후방에서 북측 공작원 몇몇이 벌인 교란으로 온 나라가 극심한 불안과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다. 2년 전 북한 무인 드론 몇 대가 서울 상공을 날아다녔을 때도 허둥지둥했었다. 올해는 총선을 앞둔 만큼 가짜뉴스 유포나 선거 방해, 요인 암살 시도 등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북이 불과 몇 년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합의하고 실제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시내에 숙소를 예약해두기도 했는데, 답방은커녕 북한판 지하드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됐으니 기가 막힌 반전이다. 민족 화해의 기대감만 잔뜩 심어줬다 돌변한 북측의 태도가 회색지대 도발의 일환이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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