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애덤 스미스가 권고한 ‘살기 좋은 나라’
나라가 어렵다고 한다. 수출이 세계 몇 위라는 소식은 시장 아주머니에게 아무런 감동도 없고, “현대사에서 서민이 살기 좋기로는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대 만한 때가 없었다”는 얘기는 덕담인지, 경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민생은 체감인데, 나라를 걱정하는 열정이나 투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애덤 스미스(1723~1790)의 권고가 떠오른다. 그는 철학자로 1776년 『국부론』을 출간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스미스가 한마디 한 ‘보이지 않는 손’만 갖고 떠들었다. 그래서 펭귄출판사는 1970년 판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다룬 제4편 2장을 아예 삭제했다.
이후 『국부론』을 재해석하려는 운동이 일어났다. 대표적 학자가 『강대국의 흥망』(1987년)을 쓴 폴 케네디와 『거시경제학』(2007년)을 쓴 그레고리 맨큐다. 두 학자의 해석에 따르면 『국부론』의 핵심은 ①낮은 세금 ②안정된 정부 ③예측 가능한 법률이다. 정부가 실천하기 그리 어려운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우리는 지금 이렇게 힘든가.
높은 세금은 자본가의 생산 의욕을 죽이는 독이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50%(30억원 초과 유산)를 고집한다. 감세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 갈등 비용은 지난날의 국민총소득 대비 27%에서 많이 내렸지만, 노동 분규로 인한 손실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 경찰청장 출신이 코레일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철도노조가 조용하더니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기에 유통 손실이 이리 큰가.
거대 야당이라는 걸림돌이 딴죽을 걸지만, 세상 바뀔 때까지 그쪽의 협조를 단념하고 행정권만으로도 개혁할 수 있는 일이 지천인데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가. 요컨대 세금이 너무 높고, 행정권에 독기가 없이 너무 물렁물렁하고, 범법자가 누구냐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다르니 나라를 어렵게 한다. 이대로는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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