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知之, 好之, 樂之(지지, 호지, 낙지)
2024. 2. 15. 00:16
공자는 “(그것을:之)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거워하는 사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어떤 일에 대한 호감도와 집중도를 차등지어 표현하는 관용어 ‘아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즐거워하는 사람(知之者, 好之者, 樂之者)’이라는 말이 나왔다. 주석가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지지자(知之者)는 그런 게 있는 줄을 아는 정도이고, 호지자(好之者)는 왠지 끌려서 자주 드나들지만 아직 제 맛을 모르는 사람이며, 낙지자(樂之者)는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하면서 푹 빠진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순자(荀子)는 배움을 ‘위인지학(爲人之學:다른 사람을 위한 배움)’과 ‘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를 위한 배움)’으로 나눠 설명하였다. 얼핏 듣기에는 ‘위인지학’이 남에게 봉사하는 좋은 배움으로 들리지만 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배움’이라는 부정적 의미이고, ‘위기지학’이 ‘자기성장을 위한 진정한 배움’이라는 긍정적 의미이다. 지지자나 호지자는 아직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위인지학’의 단계이고, 낙지자라야 비로소 ‘위기지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검색’을 통해 이것저것 지지(知之)만 할 게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낙지(樂之) 하는 게 참다운 삶이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靑 본관서 “야, 박정희 나와”…경호실장 술주정에 뜻밖 대응 (76) | 중앙일보
- 클린스만 바꾸면 끝날까? 11년째 '숨은 스파이' 따로 있다 | 중앙일보
- “창의력 키우다 사오정 된다” 前서울대 입시전문가 팩폭 | 중앙일보
- "전쟁 난 이스라엘 저평가 없는데…" K증시 옥죄는 기묘한 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젠 끝내자<
- 신격호 “가봤나” 실종된 롯데…신동빈, 칼 빼들었다 | 중앙일보
- [단독] 尹, 독일 대신 호남 간다…"첨단산업·문화복합단지 구상" | 중앙일보
- [단독] 140억짜리 건물을 "72억에 지어라"…시흥시 갑질 논란 | 중앙일보
- "2년 내 죽을 확률 90%" 그 말 깬 '한국 호킹'의 특별한 졸업식 | 중앙일보
- 친딸 죽이라는데, 좋아하는 막장엄마…'드라마 모성' 무너졌다 왜 [이지영의 문화난장] | 중앙일
- 이효리 "인생은 독고다이"…모교 졸업식 뒤집은 파격 축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