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꽃·매화… 이른 봄꽃 맞으러 동쪽으로 간다고?

남호철 2024. 2. 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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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서해안보다 따뜻한 강원도 동해시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냉천공원 야산 자락에 샛노란 복수초꽃이 하얀 눈 사이에 피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봄꽃 소식은 대체로 남쪽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겨울을 누리는 강원도에서도 이른 봄꽃을 맞이할 수 있다. 봄철 강원도 동해안은 차디찬 북서풍을 막아주는 백두대간 산줄기와 동해 난류의 영향 덕분에 같은 위도의 서해안보다 평균 4도가량 높다고 한다. 동해안에서도 이른 봄꽃들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동트는’ 동해시다. 그 가운데 천곡동 일대다.

천곡동 아파트와 상가들 사이에 자그마한 냉천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이 ‘찬물내기’라 부르는 샘이 솟는 야산 소공원이다. 천곡이란 지명도 이 샘에서 비롯했다. 일제강점기 항골·덕골·묘골과 찬물내기(냉천·샘실)가 천곡으로 합쳤다.

이맘때 냉천공원 야산을 환하게 밝히는 꽃이 ‘봄의 전령’ 복수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른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행복’과 ‘장수’를 가져다준다는 뜻을 지닌 ‘복수초’(福壽草)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다 해서 설련화, 눈과 얼음 사이에서 핀다 해 눈새꽃·얼음새꽃이라고도 불린다. 설날 무렵에 핀다는 뜻으로 원일화(元日花)라는 별칭도 있다.

복수초꽃은 대개 3월 중순에 피지만 냉천공원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공원 내 샘터 덕분에 다른 지역보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일찍 개화한다. 1월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2월 들어 본격화됐다. 꽃은 3월까지 이어진다.

냉천공원 산비탈에 노란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복수초들이 무수히 피어나 있다. 얼핏 썰렁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잎들 사이사이에 샛노란 꽃송이들이 지천이다. 눈이 내린 날이면 하얀 눈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설상 복수초’가 황금빛을 자랑하고 있다.

동해에서 이른 봄소식을 전해주는 또 다른 꽃이 매화다. 냉천공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한섬해변 들머리 도로변 소공원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매실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소공원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책로다. 이미 꽃을 피운 나무가 있고, 나머지도 터지기 직전의 무수한 꽃망울을 매달고 있다.

매화 산책로 인근에 한섬해변이 있다. 해변에 닿으면 먼저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를 품고 있는 탁 트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해변엔 ‘행복한섬길’이 조성돼 있다.

사진 명소 빛터널 끝에는 파란 하늘과 푸른 동해가 펼쳐져 있다.


리드미컬게이트와 빛터널 등 다양한 포토존이 설치돼 있어 젊은 층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리드미컬게이트는 100m 코스로 LED 조명이 깃든 조형물과 음악이 어우러져 멋진 추억의 밤을 선사한다. 작은 터널에 경관 조명을 설치한 빛터널은 인생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주변 테트라포드를 흰색으로 도색한 뒤 알록달록 화사한 꽃 모양으로 채색한 아트꽃밭과 유리문, 하트다리 등도 사진 포인트다.

한섬해변 리드미컬게이트 뒤 바다에 ‘제임스 본드 섬’이 우뚝하다.


감추해변 쪽 끝에 우뚝 선 바위가 이채롭다.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식 돌기둥 ‘하대암’이다. 천곡마을에서 남쪽으로 아래쪽에 있다고 해 얻은 이름이다. 생김새 때문에 촛대바위로도 불리는데 제임스 본드 주연의 영화 ‘007 시리즈’ 촬영지인 태국 푸껫 팡아만 바위를 닮은 것으로 소문나 ‘제임스 본드 섬’으로 불린다.

되돌아와 천곡항으로 향하면 언덕 위 아담한 정자 관해정 앞을 지나 천곡항 입구를 거쳐 바위 경치가 아름다운 고불개해변으로 이어진다. 군 해안 경계 철책이 철거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개발과 정비를 통해 명품 길로 탄생했다. 해안 절벽 위를 걸으며 여러 모양의 바위를 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면 몸과 마음이 힐링 된다.

길을 따라 오르면 먼저 뱃머리 전망대가 바다를 향해 쭉 뻗어 있다. 동해 위에 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이어 다가오는 관해정은 1936년 시내 송정동에 세웠던 정자 ‘영호정’을 1975년 현 위치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정자 앞 해변으로 설치된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몽돌해변이다. 천곡항 직전에 위치한 푸른 조릿대 숲과 전망대를 지나면 천곡항에서 ‘얼굴바위’를 볼 수 있다.

고불개해변 우물 앞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너머로 호랑이바위가 보인다.


고불개해변에 닿으면 ‘호랑이바위’ 등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암석과 형형색색의 갯바위, 특이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반긴다. 해변에는 옛날 사용하다 방치됐던 우물이 복원돼 있다. 우물 바로 앞에 어린왕자가 사막여우와 함께 앉아 바다를 즐기고 있다.

여행메모
냉천공원 복수초 군락지 출입 자제… 묵호항 일대엔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

한섬해변 입구 도로변 소공원 산책로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쯤 많은 꽃이 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으로 간다면 서울양양고속도로나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 뒤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해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냉천공원 복수초 군락지에는 보호를 위해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이 걸려 있고, 지킴이도 있다. 한섬해변 인근 해안로 도로변과 해변 초입 카페 앞 등에 무료 주차공간이 있다.

감추사~가세마을 간 행복한섬길은 2.2㎞ 구간이다. 0.8㎞의 육지 구간에서는 나무 사이로 간헐적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나머지 1.4㎞ 구간은 순수하게 바다만 조망하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동해의 별미는 묵호항 일대에서 맛볼 수 있다. 어판장 주변과 중앙시장·묵호시장 일대에 활어횟집과 대게·홍게, 물회, 생선찜, 곰칫국을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고추장을 푼 얼큰한 장칼국수를 내는 집도 있다. 멸치, 다시마, 무 등의 재료로 만든 육수에 고추장을 풀고 홍합을 듬뿍 넣어 끓여내는 홍합장칼국수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하다.

천곡동 천곡중앙사거리와 냉천공원 사이에 호텔·모텔들이 여럿 있다. 묵호항에서 대진항으로 이어지는 어달해변에도 숙소가 많다.

동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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