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쓰지 말라”지만…‘불편한 배터리 동거’ 올해도 계속된다
국내 배터리(2차전지) 업계가 중국 의존도 줄이기 총력전에 나섰다. 현재 배터리 원재료 상당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배터리 회사들과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14일 호주 웨스CEF와 리튬 정광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리튬 정광이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리튬·탄산리튬의 원료다. LG엔솔은 한 번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27만 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리튬을 올해 공급받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LG엔솔은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권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확보했다. 앞서 SK온 역시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탈(脫)중국 ‘데드라인’ 1년 남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원료를 찾는 건 미국 IRA 대응을 위해서다. 흑연·리튬·코발트 등 대부분의 배터리 원재료는 여전히 중국 수입량이 절대적인데 IRA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의 경우 올해부터, 핵심 광물은 내년부터 사실상 중국발(發) 공급망에 대한 전기차 세액공제가 차단된다. 이에 1년 내에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중국 원료 대체제를 찾고 있는 것.
中, 내수 평정하고 세계 시장으로
정작 美는 中 배터리 끊을 수 있나
당장 음극재 핵심 원재료인 흑연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가까이를 담당한다. 내년까지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소재뿐 아니라 배터리셀 완제품과 관련 장비 생태계 전반에서 중국은 이미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분간 중국과의 ‘불편한 배터리 동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 기술과 시장이 모두 정체된 상태에서 중국산 배터리 공급망은 미국 산업계도 뿌리치기 힘든 카드이기 때문이다. 포드·테슬라 등 미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미 의회의 거센 반대에도 CATL과 배터리 합작을 강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산업계 눈치를 살필 미국 정부가 중국산 장비 반입이나 낮은 수준의 협력은 눈감아 주면서 당분간 연착륙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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