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 져야 새순 자란다" 물갈이론 내건 이재명…민주당 술렁

강보현 2024. 2. 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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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어찌보면 자연의 순리를 언급한 것이지만, 정치권에서 이 문장은 다른 의미로 읽힌다. 유력 정당의 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더 그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며 “장강의 물은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고 말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86 운동권과 ‘올드보이’ 청산론이 제기됐지만, 이 대표가 직접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물갈이론을 전면에 내건 데 대해 당에선 “친명을 위한 선택적 청산”(수도권 의원)이란 의구심이 나온다. 이 대표로부터 직접 불출마를 권고받은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기도 팀’ 비선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고 썼다. 문 전 의원은 캠프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이 1위였다고 주장하며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은데, 그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물갈이 공천의 최대 뇌관으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이 거론된다.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는 가운데 친명계는 “해당 지역에는 훌륭한 영입 인재를 모셔오도록 지도부 판단에 맡기라”(조상호 법률부위원장)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성동갑은 전략지라 공천을 신청받는 곳이 아닌데도 임 전 실장이 계속 공천을 요청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천 불가’ 방침을 내비친 셈이다.

충남 천안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양승조 전 충남지사도 이재관 전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의 전략공천설로 벼랑 끝에 몰렸다. 천안 시·도 의원이 잇달아 전략공천 반대 성명을 냈고, 양 전 지사는 “끓어 오르는 분노와 자괴감으로 몸과 마음을 가누기 힘들지만 이것도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한 친문(親文) 의원은 통화에서 “물갈이 공천을 핑계로 이 대표가 껄끄러운 인사들을 하나씩 떨어뜨린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와 만나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3선, 서울 도봉갑)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 상황이 통합 공천과 거리가 멀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 측근 김남근 변호사 내정설에는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 김근태 정신을 이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서울 도봉갑 3선의 인재근 의원을 만나 불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한편, 이 대표는 이른바 ‘조국 신당’에 대해서는 “누구나 정치활동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신당 창당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 구도가 흐트러진다는 의견이 있다’는 취재진의 물음엔 “어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엔 최대한 목표에 맞게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총선은 모든 힘을 다 합쳐야 한다. 단합과 연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조국 신당이 4년 전 열린민주당처럼 강경파 인사들의 원내 진입 통로가 될 거란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본격적인 물갈이 행보를 겨냥해 “실상은 ‘찐명’ 밀어주기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심 없이 오로지 당 대표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는 민주당은 반드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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