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전두환 정권 방법"... 노동자들 집단소송 예고

복건우 2024. 2.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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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쿠팡대책위 첫 기자회견 "도메인 주소 쿠팡으로 확인"... 쿠팡은 리스트 존재 부인

[복건우, 이정민 기자]

▲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특별근로감독 촉구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충격! 쿠팡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법적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권영국 변호사가 소위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쿠팡에 대한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별근로감독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제가 '사규 위반 및 근태 불량'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쿠팡 인천4물류센터 노동자였던 정성용씨는 지난 13일 MBC 보도로 알려진 이른바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취업 영구 배제로 추정되는 암호명 '대구 1센터'로 분류돼 있었다.

노동조합 지회장(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으로 활동하던 정씨는 지난 2022년 6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그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절할 뿐만 아니라 암암리에 퍼져있던 블랙리스트로 사실상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쿠팡이 노동자와 노동조합 간부들을 취업에 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보고 법정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모아 쿠팡을 상대로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권위원회에 공익신고서를 제출하고 고용노동부엔 쿠팡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쿠팡은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라며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공개된 문건, 노조 간부에 퇴직자까지 1만 6450명 담겨
 
▲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특별근로감독 촉구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충격! 쿠팡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법적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쿠팡에 대한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별근로감독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쿠팡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이 작성한 'PNG 리스트'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이 문건엔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6년간 쿠팡의 채용 기피 명단이 기록돼 있었다. 리스트에 수록된 인원은 총 1만 6450명으로, 배제 사유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 '반복적 징계 대상', '근무 태만' 등 50여 개에 달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노동조합 간부,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자 등이 포함돼 있었고, 채용 제한 기간을 등급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명(대구1센터, 대구2센터 등)이 적혀 있었다. 쿠팡은 특정 사람들을 취업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하거나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이 리스트를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변호사(쿠팡대책위 대표)는 "쿠팡이 전국 모든 센터를 망라해 노동자들의 이름, 생년월일, 로그인 아이디, 연락처, 퇴사일 등 정보를 수집하고 목록화한 것이 드러났다"며 "실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한 결과 이것이 단순한 엑셀 파일에 그치지 않고 지배기업인 쿠팡 주식회사에 의해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작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퇴직금품 수령, 육아, 가족 돌봄, 학업 등 퇴사 사유가 리스트에 기재돼 있었다. 재직 기간 인사 관리를 넘어서 퇴직금을 수령한 퇴사자들을 따로 관리한 것"이라며 "노동조합 활동을 한 간부들의 경우 '대구 1센터'와 '대구 2센터'라는 암호명으로 분류돼 영구적으로 혹은 일정 기간 취업이 배제된 것을 확인했다. 각 센터 관리자에 따라 주관적이고 임의적으로 이런 사유들이 기재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쿠팡대책위는 쿠팡이 이러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용한 것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인정보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등 리스트에 등재된 인원을 취업에서 배제해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취업지원자와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취업 방해를 위해 이용한 것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 "출처 불명의 문서"... 대책위 "쿠팡 아니면 산출 불가능"
 
▲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특별근로감독 촉구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충격! 쿠팡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법적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쿠팡에 대한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별근로감독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쿠팡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인사평가 자료는 MBC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 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떤 비밀 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MBC의 악의적 보도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비상식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권 변호사는 "쿠팡이 자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인사 관리 차원이었다고 주장하는 데 있어 심각한 문제를 느낀다"라며 "쿠팡이 아니고서는 산출이 불가능한 자료이고, 쿠팡이 관리하지 않으면 작성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쿠팡 블랙리스트 사태는 하나의 사고가 아니다. 블랙리스트는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으로, 우리 사회가 자칫하면 대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위험한 경고음"이라며 "모든 회사가 노동자들을 하지도 않은 행위로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퇴사자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사내에서 폭언과 폭행, 성희롱이 발생하면 관리자 편에 서서 피해자를 압박했던 쿠팡이 사원을 보호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흘리면서 노동자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결국 '권리가 없는 현장'을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은폐할 수 없도록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소송인단을 공개적으로 모집해 블랙리스트 등재가 확인될 경우 집단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또 블랙리스트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 산재 은폐 등 부당 행위에 대한 공익제보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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