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이루지 못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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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탕에 노란 그림이 또렷이 맞서는 앞뚜껑에 붙은 <달 기슭> 을 보면서 '기슭이 비탈 아래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니 달 기슭은 달 아래나 달 가장자리를 일컫는 말일까?' 갸웃거리다가 책을 펼쳐 들었다. 달>
순이처럼 달님에게 가려다가 지친 고양이와 작은 새, 아이들이 이 산 기슭에 머무른다.
<달 기슭> 을 연주하면서 '꿈틀'이란 낱말이 떠올랐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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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기자]
▲ 달 기슭 / 신영희 그림책 / 개똥이 / 값 14,000원 |
ⓒ 개똥이 제공 |
달을 좋아하는 순이가 밤새 달을 바라보다가 달 그리움에 북받쳐 모두 깊이 잠든 한밤중에 달에 가겠다며 집을 나선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보이던 달은 가도 가도 가까워질 낌새가 보이지 않고,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발은 흙에 묻힌다. 그대로 산이 되고 만 순이가 눈물 흘린다.
가닿을 수는 없어도 달을 그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눈물방울은 모여 작은 웅덩이가 되고. 어디선가 날아든 씨앗들이 웅덩이에 고인 눈물을 머금고 싹 틔우고 꽃 피운다. 순이처럼 달님에게 가려다가 지친 고양이와 작은 새, 아이들이 이 산 기슭에 머무른다.
▲ 아무리 애써도 달님에게는 닿을 수 없어 눈물이 한 방울,두 방울... |
ⓒ 개똥이 제공 |
'달에 가려다가 쓰러진 기슭이 달을 그리는 이들이 머무를 쉼터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평화를 외치다 뜻에 숨을 거둔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떠올렸다. 큰 어른들이 맞서는 이들이 쏜 총탄에 쓰러진 기슭에 흐른 핏물과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 풀씨들도 누리 곳곳으로 날아다니며 살려 사는 살림살이를 퍼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눈물로 채워진 호수 / 모여 사는 물고기들 |
ⓒ 개똥이 제공 |
뜻을 다 이루지 못하면 실패, 패배라고까지 하는 세상에서 힘껏 하는 데까지 하다가 넘어졌더라도 그대로 아름답다고 일깨우는 <달 기슭>. 힘닿는 데까지 하기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넘어진 기슭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을 품기는 더욱 어렵다. 산이 된 순이가 지친 이들을 품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달 기슭>, 어지러운 세상 그릇된 어른 탓으로 공부에 내몰리다 지친 아이에게, 어려운 시대를 헤쳐가느라 고달픈 어른에게 "넘어져도 괜찮아. 흘린 눈물이 누리를 살리는 바탕이 될 수 있어" 하면서 다독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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