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다시 일어나라, 골프 신동이여

이은경 2024. 2. 14. 08: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골프 신동. 독자는 혹시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골프초보때 남에게 말이다. 있다고? 십중팔구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 골퍼 치고 골프 신동 소리를 못 들어본 사람은 드물다. 신동 소리 한 번 못 들어 보았더라도 부디 용기를 내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골프 신동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필드에서 뱁새 김씨가 한 첫 스윙은 헛스윙이었다. 온갖 정성을 들여 한 첫 티샷 때 클럽 헤드는 허공을 갈랐다. 공은 헤드가 떠난 뒤에도 티 위에 그대로였고.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때 밀려오는 민망함이란! 당황해서 허겁지겁 다시 휘둘렀다. 그런데도 공은 여전히 제자리였다. 머리 속은 하얗게 되었다. 부끄러움은 참담함으로 바뀌었고. 골프 데뷔를 위해 이른바 '똑딱이'를 한 달 가까이 열심히 했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똑딱이란 아주 작은 스윙을 연습하는 것이다. 뱁새가 생애 첫 라운드를 '데뷔'라고 부른 것을 독자는 기억하기 바란다. 흔히 '머리 얹는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내일 머리 얹으러 간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 표현은 깊게 따져 보면 점잖지 않다. 그래서 바꾸기로 하고 고민한 끝에 찾은 말이 바로 데뷔이다. 에이, 무슨 그런 것까지 예민하게 구느냐고? 전에는 옳았던 것이 지금은 그른 경우도 있다는 것을 독자도 이미 알지 않는가. 애독자라면 앞으로는 '머리 얹기'대신 '데뷔'라고 말하자고 부탁 드린다. 

각설하고, 대한민국 골퍼 치고 골프를 시작했을 때 골프 신동 소리를 안 들어본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그 신동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신동이라면 몇 달 안에 이미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을 것이다. 일 이 년 지나면 언더파도 쳤을 수 있고. 삼 년쯤 지나면 완숙해서 핸디캡이 이미 싱글일지도 모른다. 골프 신동 소리를 들어본 독자는 어떠한가? 언더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자. 싱글 스코어는 이미 기록했는가? 아니라고? 80대 타수는 근근이 기록하고 있는데 안간힘을 써도 그 이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고? 실망해서 의욕이 사그라지고 있다고? 진즉 마음을 비웠다고? 신동은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고? 아이고, 이런! 

이런 독자라면 뱁새와 함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가. 골프 신동이라는 말의 뜻을 말이다. 정확하게는 골프 신동이라고 독자에게 말해 준 뜻을. 대개 독자가 갖고 있는 재능을 높이 사서 한 말일 것이다. 그 재능이란 뛰어난 힘이었을 수도 있다. 리듬감이었을 수도 있고. 균형감각에 놀랐을 지도 모른다. 물론 드물게는 운동감각이 부족한 독자를 응원하기 위해서 한 거짓 칭찬이었을 수도 있을 터이고. 

사진=게티이미지

아니, 십중팔구가 신동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이냐고? 대단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힘이 좋다. 같은 힘이라도 어떤 사람은 근력이 좋고 어떤 사람은 순발력이 좋다. 누구는 리듬이 좋다. 다른 누구는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누군가는 유연하다. 누군가는 손 감각이 대단하고. 하나 하나가 골프에서는 큰 장점이다. 그래서 독자를 신동이라고 부른 것이다. 멀리 보내는 것이 중요한 파워 게임에서는 힘이 필수이다.

사진=게티이미지

힘만 좋은 골퍼는 유연한 골퍼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유연성은 골프 스윙에서 필수 3대 요소 중 하나인 리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프로치를 할 때면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 18홀을 플레이 하려면 근지구력과 심폐체력이 뒤를 받쳐줘야 하고. 이 중에 한 두 가지만 갖고 있어도 복 받은 것이다. 운동감각은 대게 생후 24개월에 다 만들어지니까. 그리고 열여덟 살까지 조금 더 기를 수 있고. 신동이라는 말은 바로 독자의 이 재능 즉, 잠재력을 높게 산 말이라는 뜻이다. 

다시 뱁새가 데뷔하던 날로 돌아가자. 뱁새는 몇 번이나 더 헛스윙을 되풀이하고서야 겨우 공을 맞힐 수 있었다. 그나마 공은 몇 십 미터를 날아가는데 그쳤다. 그것도 오른쪽 대각선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던 그 날로부터 9년 남짓 지나서 뱁새 김씨는 기적처럼 뱁새 김 프로가 되었다. 골프 신동 소리도 한 번 못 듣던 뱁새가 프로가 되는 길이 어디 순조로웠겠는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지. 

뱁새가 이런 지경인데 골프 신동이었던 독자라면? 뱁새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음, 그건 너무 무리한 이야기이군. 뱁새 못지 않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신동 소리를 듣던 독자라면 다시 시작해 보자고 뱁새가 권한다. 재능은 썩히면 안 된다. 재능을 준 대자연에게 미안한 일 아닌가.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