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영화관 비닐장갑 ‘관크’
‘관크’란 타인의 영화·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관객을 뜻하는 신조어다. 상영 중 휴대폰 불빛을 밝히는 ‘폰딧불이’를 비롯해 전화 받기, 지각 입장, 앞 좌석 차기 등 폭넓다. 팬데믹 거리두기 때 텅텅 빈 상영관에서 내 집처럼 관람하던 습관이 들어설까. 최근엔 ‘관크’의 만행도 심해졌다. 설 연휴 첫날이던 9일 기자가 첩보 영화 ‘아가일’을 보러 간 서울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만난 ‘가족 관크’는 대단했다.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쯤부터 2칸쯤 떨어진 같은 줄 좌석에서 강한 음식 냄새와 함께 부스럭대는 소리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딸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노부모를 모시고 영화관 나들이를 하며 종이상자로 몇 개나 되는 음식을 장만해온 모양이다. 냄새는 그렇다 쳐도, 거슬리는 소리의 정체에 놀랐다. 세 사람 모두 양손에 야무지게 낀 비닐장갑이었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손에 양념을 묻히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런 ‘고민’에 굳이 사운드가 좋은 영화관을 찾아온 다른 관객에 대한 배려는 쏙 빠졌다.
족발·순대 등 냄새나는 음식물 취식이 관객 사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종종 있다. 2022년 ‘아바타:물의 길’ 상영관에선 회를 초장에 찍어 먹다 다른 관객의 불만을 사는 ‘초장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 1월엔 영화관 ‘폰딧불이’ 관객과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두른 관객이 재판에 넘겨졌다.
폭력은 어떤 이유든 정당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적잖은 티켓값을 치르고 영화관에 간 자신의 관람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관객도 배려하면 어떨까. OTT 대세 시대에 영화관을 찾은 ‘고전적 영화팬’끼리의 동지애를 되새겨볼 때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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