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감독 어떻게 뽑혔나…심재학 단장 "다른 후보와는 인터뷰 안 했다"

유준상 기자 2024. 2. 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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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가 2차 스프링캠프 돌입을 앞두고 새 사령탑을 찾았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격이었다.

KIA는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양 측은 2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2000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범호 신임 감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는가 하면,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소속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거포 중 한 명이었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이듬해 KIA로 팀을 옮긴 이 감독은 2013~2018시즌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2019시즌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간 이범호 감독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2001경기 6370타수 1727안타 타율 0.271 329홈런 1127타점 863볼넷 954득점.

이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으며,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2년간 1군 타격코치를 맡으면서 타자들을 지도했고, 2024시즌 1군에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

1군 타격코치를 맡고 있던 이 감독은 최근까지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사령탑 선임 전까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수들의 훈련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유쾌한 입담으로 훈련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KIA는 언제, 어떻게 사령탑을 정하게 됐을까. 이날 엑스포츠뉴스와 연락이 닿은 심재학 KIA 단장은 "(김종국 전 감독 해임 이후) 보름 정도 지났을 것이다. 이후 후보군을 줄여나가는 과정이었고, 그때까지는 외부 영입과 내부 승격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각 파트 팀장들과 서로 논의를 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논의 과정 속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일반적으로 시즌이 끝난 뒤 감독을 선임하는 게 아니라 시즌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만큼 외부 감독님이 오시게 되면 기존에 우리 팀이 갖고 있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고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어떻게 보면 외부에서 오시는 분은 선수가 보유한 기록, 그동안 해왔던 모습만 보고 판단하게 될 텐데 선수를 기용하려면 그 선수의 성향이나 성격 등을 파악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외부 인사가 그 짧은 시간 안에 들어와서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9일에 판단을 내린 뒤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KIA는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외부 영입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2차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 상황을 감안할 때 팀 내부에서 해답을 찾아야 했다.

면접은 빠르게 이뤄졌다. 심 단장은 "이범호 당시 감독 후보와 10일 저녁에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과정에 대한 영상을 윗선에 전달했고,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 12일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와서 이 감독에게 통보했다. 이후 13일 아침에 그룹 내에서 재가가 떨어져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여러 후보가 면접을 보지 않았고, 이범호 감독 한 명만 면접에 임했다. 심재학 단장은 "처음에는 후보군을 완벽하게 추려서 면접을 보려고 했는데, 내부 승격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은 뒤에는 다른 후보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또 심 단장은 "그동안 (지도자로서) 이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도 있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또 선수들과의 '케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게 중요했다"며 "(평가에 있어서) 선수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고, 선수들과의 관계가 어떤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팀에 대한 이해도 같은 게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면접 과정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심재학 단장은 "이범호 감독에게 신임 감독으로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 감독이 '저는 위기를 즐깁니다'라고 표현하더라. 그런 면에서 대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감독으로서 보여준 건 없지만, 어떤 색깔을 낼지에 대해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KIA는 나흘간의 설 연휴를 활용해 급한 과제를 해결했다. 심 단장은 "팀장들도 사무실에 출근했고, 호주에 있는 팀장과 화상 미팅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과도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빠르게 의사결정이 나온 것 같다"며 "보름이 빠르면 빠르다고 할 수 있고 느리면 느리다고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빠르게, 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날 오후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14일 호주 캔버라에 도착한 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만나고, 저녁에는 심 단장과 코칭스태프가 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을 계획이다. 감독 선임과 함께 공석 상태가 된 타격코치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심 단장은 "선수단 분위기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안 지났기 때문에 현장을 가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라며 "타격코치의 경우 프런트보다는 감독에게 결정권을 줘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듯하다. (자신의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보직은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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