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군기잡나...한동훈 “사전투표도 관리관이 직접 날인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4·10총선 사전투표와 관련해 “투표 관리관이 법에 따라 투표용지에 진짜 날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전투표에선 투표 관리관이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도장이 인쇄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저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투표에서 하는 것을 똑같은 효력이 있는 사전투표에서 하지 않겠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집하면 국민은 공정한 선거관리 의지를 의심할 수 있다”며 “절대 선관위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의심의 소지조차 없어져야 한다. 반드시 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날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본 투표에선 선거인의 신원확인 후 투표 관리관이 직접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지만, 사전 투표는 투표 관리관의 관인이 그려진 투표용지가 현장에서 인쇄돼 선거인에게 교부된다. 공직선거법 158조3항에 “사전투표 관리관은 투표용지를 인쇄해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선거인에게 교부한다”고 돼 있지만 “직접 찍는 걸 전제로 한 조항은 아니다”는 2019년 대법원 판결(2017수122)에 따라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 관리관의 날인은 정규 투표용지라는 것을 인증하는 절차인 만큼 법 조항대로 해야 한다는 게 한 위원장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를 본 투표와 달리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법 규정대로 본 투표에서 실시되고 있는 방식으로 사전투표도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체 투표에서 사전투표 비중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사전 투표율은 2017년 19대 대선 26.06%→2020년 20대 총선 26.69%→2022년 20대 대선 36.93%로 점차 상승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는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면서 사전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절차를 투명화해 4월 5~6일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 일부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제기됐는데 그 핵심은 사전투표 문제였다. 제3자가 선관위 날인 파일을 도용해 무단으로 사전투표용지를 인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를 조작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자녀 특혜채용과 해킹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관위를 전방적으로 압박한 것의 연장선이란 평가도 있다. 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예방주사 차원에서 ‘공정히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선관위에 던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사전투표 관리관이 책임성도 없이 사전투표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며 같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소는 공직선거법상 읍·면·동마다 1개씩 설치돼 수많은 선거인이 투표하러 오면 일일이 투표 관리인이 날인하기 어렵다”며 “투표 관리인도 투표소별 1명이어서 만약 직접 날인을 하게 되면 선거인이 장시간 대기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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