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후보" "낙하산 공천"...천안, 여야 모두 인재 영입 갈등

신진호 2024. 2.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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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충남 최대 도시인 천안에서 여야 모두 '인재 영입'을 놓고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천안을 지역구에 각각 이재관 전 대전시 부시장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영입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영입 인재인 이재관 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천안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11명은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공정하고 특혜가 없는 시스템 공천으로 민주당이 하나가 돼서 싸워야 한다"라며 “민주당이 이재관 전 천안시장 후보를 영입한 뒤 당원 사이에서 재탕과 특혜 공천이라는 불신이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지방의원은 성명서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당, 천안시장 낙선한 이재관씨 영입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일 이재관 전 대전 부시장을 영입인재 16호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씨를 천안(을) 지역구에 전략적으로 공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성명서 발표에 동참한 한 지방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모두가 알다시피 이재관씨는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을 인재로 둔갑시키고 전략공천까지 한다면 선거 역사상 유례가 없는 특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탕 후보를 인재로 둔갑시키자 당원들이 탈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영입한 이재관 전 천안시장 후보가 천안(을) 지역구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지난 12일 긴급 회동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민주당 소속 지방원]
세종시와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이재관씨는 2022년 1월 민주당 대선 선대위에 합류했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천안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한 달 뒤 천안(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민주당 지방의원들은 이재관씨가 전략공천을 받으면 천안지역 3개 선거구(갑·을·병)는 물론 충남 일부 선거구가 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천안이 충남을 대표하는 도시인 데다 천안(을)은 지난 19~21대 세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속 당선된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천안(갑)과 천안(병) 현역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당원들 "과대포장으로 전략공천 말라"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황근 전 농림부 장관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을) 선거구에는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이규희 전 국회의원, 김영수 전 정책위 부의장 등 민주당 소속 5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이재관씨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적합도와 경쟁력을 검증받고 승복하는 시스템 공천을 해야만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 “끓어 오르는 분노와 자괴감으로 몸과 마음을 가누기도 힘들지만 극복할 과제라 생각한다”며 심경을 전했다.

국힘도 갈등…당원 "낙하산 공천 거둬라"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힘은 지난 세 차례 총선에서 천안(을) 지역구를 전략 선거구로 분류했다. 이곳엔 이정만 변호사와 정황근 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황근 전 장관은 경선을 마다치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당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공천을 거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만 예비후보도 "중앙당의 내리꽂기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창수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13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창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이창수 예비 후보]

한편 공천 갈등은 국민의힘 천안병 지역구에서도 빚어졌다. 이곳 이창수 예비후보 지지자 100여명은 13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연속 패한 지역을 우선 추천(전략 공천)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준을 따르면 천안병은 전략 공천 대상 지역이 된다. 이 예비후보 지지자들은 “8년전 500여 명도 채 되지 않던 천안병 지역 책임당원은 3000명에 육박한다. 이는 바로 이창수 예비후보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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