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韓·李 ‘원심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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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1시간50여분 동안 문답이 오갔다.
한 위원장은 차기 대권 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 "(총선이 실시되는) 4월 10일 이후에 진짜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습니까. 이기든 지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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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1시간50여분 동안 문답이 오갔다. 그중에서 가장 귀에 꽂히는 말이 있었다.
한 위원장은 차기 대권 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 “(총선이 실시되는) 4월 10일 이후에 진짜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습니까. 이기든 지든”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이후 자신의 운명을 ‘이기든 지든 꼬인 인생’으로 예상했다. 물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할 경우 한 위원장은 정치적 가시밭길 앞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겨도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의미의 발언은 작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우선 4월 총선 이후에도 임기가 3년1개월이나 남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한 위원장이 지금은 자신의 곁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인사들이 총선 이후 정치 상황에 따라 변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단결만이 답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친명, 비명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라며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사이의 빈틈을 파고드는 이간계를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경우 정치적 최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총선 이후에도 암초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친명’으로 공천장을 받아 당선된 뒤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아 다른 배를 탈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위원장의 ‘꼬인 인생’과 이 대표의 ‘단결’은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구심력은 총선 직전에 최고치에 달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공천의 칼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이후 승패와 상관없이 원심력의 시간이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년 임기를 보장받은 국회의원들이 공천장을 받기 전처럼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을 가능성은 낮다.
한 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적당한 거리’가 숙제다. 너무 가까이 갔다가는 윤석열정부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고, 너무 멀리 갔다가는 현재 권력의 견제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단결’이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를 축으로 한 단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정치 현안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정치적 중립과 당무개입 논란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다만 민생정책을 계속 쏟아내면서 국민의힘을 측면 지원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등장 이후 구심력을 일정 부분 잃은 모습이다. KBS와의 신년 특별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전직 참모들에 대해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후광이 작용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할 때 그 표정이 나왔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권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구심력을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도 각각 원심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이들이 각각 어떤 정치적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총선 국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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