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인구 절벽 노동력 부족… 당장은 외국인 근로자로 풀어야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갑진(甲辰)은 푸른 용(靑龍)으로 생명 탄생을 상징한다니 속절없는 줄 알면서도 기대가 된다. 올해에 아이들 웃음소리를 좀 더 듣고 싶은 까닭이다. 이제 인구는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일할 사람이 없어 경제가 멈춰 설 지경이다. 지금도 난리지만 올해 태어날 아기가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25년 후에는 우리 인구구조는 완벽한 역삼각형이 된다. 현재는 청장년 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꼴이지만 그때가 되면 1대 1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 실제로는 그 이하가 될 것이다. 부담이 늘 것이 뻔하므로 사람들이 대거 외국으로 빠져나갈 테니 말이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값부터 시작해서 교육, 연금 제도는 물론 차별과 같은 전근대적인 관습이 해소돼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여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그사이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다만 당장 발등의 불인 인력 부족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로 대처할 수 있을 듯싶다. 우리를 좋아하고, 또 성공하고 싶어서 우리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가 인구 감소의 부작용을 해결할 핵심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외국인도 우리 구성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전반의 환골탈태 노력을 전제로 말이다.
2017년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우리의 저출생 상황과 관련해 한국을 ‘집단자살사회’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합계출산율이 1.05명이었는데 재작년에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가 됐다. 지난 15년간 300조원을 훨씬 넘는 예산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쓰였다는데, 결국 돈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면에 고령 인구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1970년 전체의 5.3%에서 작년에 18.2%로 높아졌고,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인이 되기도 했지만 의료여건이 좋아지면서 수명이 늘고 있는 점도 주요한 요인이다. 문제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할 사람, 즉 주력 생산인구(15~64세 인구)가 급속히 주는 것이다. 이 연령층은 2019년에 최고치(3763만명)를 기록한 이후 벌써 100만명이나 줄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노인이 늘어 전체 소비가 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왕성하게 일할 사람이 줄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해가 갈수록 잠재성장률이 둔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생산에는 사람 외에 자본과 기술도 중요하다. 재미있는 것은 투자와 기술은 노동력을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활용으로 이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경제가 발전할수록 일할 사람이 필요치 않게 된다는 말이니 어쩌면 인구가 줄고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지금이다. 주력 생산인구가 줄면서 노동시장에는 과거와는 다른 현상들이 나타났다. 일자리 미스매치도 그중 하나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과 근로자가 필요한 일자리가 맞지 않는 것이다. 정년이나 미래가 보장된 상위 기술 직군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지만 농업과 같은 단순노무직이나 범용기술의 산업군에는 구인난이 엄청나다. 일할 사람이 귀해지면 허드렛일을 하겠다는 사람부터 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단순하거나 쉬운 기술의 산업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분야다. 따라서 비인기 직종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생필품이 부족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듯이 사람이 부족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단순노무에서부터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을 초청할 수 있는 출입국허가(비자)제도가 있다. 2022년 현재 그 인원(유학생·외국 국적 동포 포함)은 99만명에 불과한데, 우리 스스로 초청 근로자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이 규제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외국인이 영구 정착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국내에 거주하며 일하는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인원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에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한명 한명은 모두 소중한 자원이 된다. 이들이 본국으로 귀환해서는 그곳에서 우리 경제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인력이 부족해 우리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 것은 국부 유출이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것은 국부 증강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그런데도 일부 미디어에 비친 외국인의 부정적 이미지와 내국인 채용 우선주의에 경도돼 외국인 근로자를 백안시한다면 우리만 손해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 동포의 예에서 보듯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난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 근로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유럽의 난민사태처럼 갑자기 감당키 어려운 인원이 유입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데, 여기에 저출산 극복 예산의 100분의 1만이라도 쓴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나아가 지금 당장 아쉬운 단순노무자나 범용기술 보유자뿐 아니라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국제 경쟁에서의 관건은 국적이 아니라 우수 인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재 유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노소, 교육, 지역, 국적을 불문하고 공정한 기회와 소신껏 일할 여건이 긴요하다. 사실 이렇게만 된다면 우수 외국인보다도 한국인의 출산율이 먼저 치고 올라올 것 같다.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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